집 계약이 끝나면 꼭 더 큰 집에 살아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여기 저기 알아보는 동안
친한 학교 친구가 함께 살아보지 않겠냐고 제의를 해 왔었다.
더 큰 공간에 더 싼 가격으로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을 하고
지난 4월부터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었다.
결국 다른 친구가 살던 아파트가 비어 그 아파트로 이사를 결정했고 5월에 계약을 마무리 했었다.
7월말...
그렇게 고생을 해서 이사를 하고
8월 초 피츠버그에 있는 IKEA에 까지 직접 트럭을 몰고가 가구를 들여 놨다.
그것도 소파가 계단 통로에 비해 너무 커 건물 밖에 붙어 있는 위태위태한한 비상구 철계단으로 새벽 1시에 옮겼었다.
그리고 2달 반 후.
룸메이트가 집을 나가게 됐다.
그 누구도 잘못한 것은 없다.
문제는 내가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사람을 내 룸메이트가 사귄다는 것 하나.
사실은 내가 먼저 남자친구를 견디지 못해 나가겠다고 제의를 했으나
돈 문제와 법적인 문제를 따지다 보니
집에 대한 모든 권리는 나에게 있음이 명확해져 결국 룸메이트가 나가게 됐다.
오늘 오후 내내 그 동안 우리가 함께 구입한 물건을 하나 둘씩 나눴다.
서로 함께 구매한 영수증을 하나 하나 놓고 돈 계산을 했다.
그래도 서로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 있어 헤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서로 어느 정도 양보할 건 양보했다.
하다보니 사람이 치사해 지면 참 치사해 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 3개월 산 사람들이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이 정도면
그 보다 더 오랜 기간을 함께 해 온 사람들은 어떠할까라는 생각도.
내가 봐도 서로 참 이성적으로 마무리를 했다.
몇 주 동안 몇 차례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었고
서로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어쨌던 마지막 가는 길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마무리 했다.
어쩌면 이렇게 끝날 것이란 걸 어느 정도 서로 예감하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돈 계산이 다 끝나고
너 가가면 저 방은 내가 뭘로 써야할까 함께 고민하고
이사하고 나서 사야할 살림들 챙겨주고 나니
정말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3개월 같이 살았는데.
지난 한 주간 내가 나갈지도 몰라 나도 집을 보러 다녔었고
룸메이트도 나가기로 마음을 먹고 난 후로 혼자 집을 보러 다녔다.
학교 주변 건물들 대부분을 한 곳에서 관리하고 있어 집을 보여준 사람이 동일 인물이었는데
며칠 동안 통화도 하고 얼굴도 봤을 뿐더러
워낙 친숙함이 강한 미국 아줌마 성격이어서 그랬는지
어느새 서로 개인적 얘기를 꺼내 놓게 됐다.
내가 그랬다.
꼭 이혼하는 것 같다고.
지난 4월부터 집보러 다니고 집 계약하고 가구 들여 놓고 생활용품 사러 다니고
졸업할 때까지 어떻게 살지 계획 했던 것이 이렇게 끝날 줄을 몰랐다고.
그 50대 중반인 아줌마가 그랬다.
이해한다고.
함께 미래를 꿈꾸고 한 지붕 아래서 시작한 무엇인가가 그 어떤 이성관계 때문에 끝나는 기분을.
알고보니 그 아줌마.
정말 이혼 준비 중이란다.
남편이 바람이 나서
집, 재산, 두 아들, 10년 넘게 키워온 개 모두 버리고 떠난단다.
한때 Sydney Sheldon 소설을 참 좋아했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책 이름이 Nothing Lasts Forever이다.
15년 전 읽은 책이지만 Nothing Lasts Forever이란 문구가 너무 인상 깊게 남아있다.
실제로 영원히 가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걸 한번 인정하고 나면
그 어떤 것이 사라져 버릴 것이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대신 언제 사라질 지에 대한 초조함이 남는다.
그 어린나이에 득도했나보다.
참 좋을 수 있었던 그 무엇인가가
남자 하나 때문에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는 것이 마음 아플 뿐이다.
Posted by Jekk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