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on the third day..

간만에 8시 30분 등교를 해봤습니다.
직업상의 이유로 일찍 일어나는 것과 등교를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기분은 묘하게 다릅니다. 가지 않으면 절대 안되는 상황과 안가도 될 것 같지만 왠지 가주는 그런 느낌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오늘 아침에는 학교규정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법은 네거티브 제도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해도 되는 사항을 법으로 나열하고 그 외의 것은 불법으로 생각하는 법제도입니다. 반대로 미국의 법제도는 포지티브 제도입니다. 즉, 하면 안되는 것들을 나열한 후 나머지 행위는 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제도입니다. 물론 이는 아주 크고 rough 한 분류이긴 하지만 적어도 학문적으로는 그렇게 분류하기도 합니다. 저희 로스쿨은 총 21개의 규칙을 갖고 있는데 최근 개정된 내용이 있어 그 아침부터 학생들을 나오라고 한 것이더군요. 즉, 수업시간에 컴퓨터를 사용해도 되나 수업과 관련된 교육적 목적으로만 허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들어 수업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신문을 보는 학생들이 많아져서라고 합니다.

다른 한가지는.. 제발 인터넷에 자신이나 친구/가족에 관한 퇴폐적인 내용을 올리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들어 미국에서는 직원을 고용할 때 구글이나 Frienster 등에서 채용하고자 하는 직원의 신상정보를 조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외로 인터넷에 불필요한 내용을 게재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합니다. 참 별일입니다.

로스쿨 내의 로(law)를 들은 후 어저께 인터뷰를 했던 클라이언트의 모의재판을 보기 위해 230명의 학생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모의재판은 현직 변호사들이자 로스쿨의 겸임교수님들과 이제 갓 변호사가 된 젊은 변호사의 멋진 performance였습니다. 연극대본이 아닌 사건내용만을 건내받은 변호사들이 실제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판사의 역할을 했는데 230명의 신입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모의재판 후에는 식사를 하면서 같은 조원들과 배심원 역할을 했습니다. 전 식사를 하면서 일하는 걸 싫어하지만 칼출근, 칼퇴근을 위해 힘쓰는 미국과 같은 사회에선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일하는 것에 익숙해 져야 할 듯합니다. 하지만 항상 미국인들과 토론하면서 느끼는 건 그들의 토론문화의 성숙도입니다. 토론을 위해 리더를 선택하고 리더의 리드를 따라서 서로의 작은 의견 하나까지도 존중하면서 토론할 수 있는 모습은 항상 좋아 보입니다. 저희 조의 경우 끝까지 유죄/무죄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난상토론을 펼쳤지만 결국에는 웃으면서 회의실을 나왔습니다. 국회에만 들어갔다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를 외쳐대기나 하는 정치인들이 와서 좀 배워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토론 after 토론 문화는 저를 지치게도 합니다. 말이 많으면 돌고 돌게 마련인데 정말 돌고 또 돌아야 멈추는 토론은 저를 지치게 합니다. ㅠ0ㅠ 말로 먹고 살아야 하는 변호사의 길에 들어선 마당에 토론이 싫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과유불급입니다...


Posted by Jekkie

2006/08/24 12:18 2006/08/2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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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종스 2006/08/25 10:36 # M/D Reply Permalink

    과유불급이라....그렇게 어려운 말을!!!
    토론 문화라....한국에서 정말 토론!이라는 것이 가능한 가에 대해서는 정말 회의적이긴 하지만(의약분업때 아주 질렸다..)....그래도 제대로 된 토론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들어..
    토론을 위한 전제 조건인..
    1. 타인의 의견에 의해 내 의견을 바꾸거나 modify할 준비가 되어있을 것
    2. 상대의 말이 아무리 삽질이라도 일단을 들을 줄 아는 인내심
    3. 토론이 길어진다고 배째라~!! 될대로 되라!! 라는 식으로 변하지 않을 수 있는 체력!!
    (그냥 내맘대로 생각하는 조건임)
    을 갖추고 토론에 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그냥 토론이 아닌 논쟁...논쟁을 가장한 어거지는 정말 피곤한 것 같어...요즘 일산 병원 의국장으로 있으면서 다른 과랑 접하면...

    그냥 지 할말만 하고 전화 끊어 버리는 놈들이 꽤 있거든..

    그럴때는 토론 보다는.....그냥 줘 패버리고 싶은 생각이 울컥울컥 들고는 해..

    1. 박성용 2006/08/27 10:12 # M/D Permalink

      체력에 한표!

  2. Jekkie 2006/08/27 09:07 # M/D Reply Permalink

    호호호~ 다 오라버님 덕분이죠!! 파죽지세!! ^0^

    사람이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training하고 있는 의과대학에서 제대로 된 communication skill에 대한 교육을 전혀 제공하지 있지 않다는 것도 사실은 놀라워 해야할 부분인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직종들도 마찬가지구요.

    맘에 안 듣는 사람들은.. 그냥 한대 때리세요.. 제가 나중에 커버해 드릴께요.. --;

  3. Goo M.D. 2006/08/25 11:45 # M/D Reply Permalink

    우리나라는 아직 토론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장 한미 FTA 공청회를 봐도 형식적으로 하다가 그냥 파장이 나버리고..

    수업을 할 때도 주입식이라.. 질문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 말 안하는 게 중간은 간다고.. 상책이라고...

    어제 영어로 된 강의를 하나 듣게 되었는 데, 영어로 하는 것이라 더욱 질문이 없더군요. 일부.. 몇년 미국에서 연수나 교육을 받고 오신 분들만 질문을 하더군요.
    토론이든 질문이든 남을 무시하지 않고 들어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적극성이 좀더 조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와이프(초등학교 선생님) 말로는 요즘은 장기자랑 같은 거 하면 서로 하려고 한다는데요.. 너무 남의 배려가 없어지는 게 문제겠지만(도서관 같은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아이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발전하는 중의 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

    1. 마술가게 2006/08/26 01:48 # M/D Permalink

      교수님과 윗년차가 이기는 세상이죠.
      정치 얘기며 남녀평등 얘기며 인권 얘기 노사문제 모두다 교수님과 윗년차 그리고 윗학년 얘기가 금과옥조죠.
      어디 감히 학생 따위가 자기 의견 같은 걸 갖고 그래요. (시골의대만 그러는건 아니겠죠?)

    2. Jekkie 2006/08/27 09:09 # M/D Permalink

      아직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이긴 한 것 같아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상위 교육을 받게 될 수록 교육자가 발언이나 토론 자체에 익숙치 않아서 토론수업이 활성화 될 수 없는 것도 같아서 안타까워요.
      발전하는 과정이겠죠.. :)

  4. Jekkie 2006/08/27 09:09 # M/D Reply Permalink

    울컥하네요. 전 정말 그런 생각하시는 분들 때려주고파요... :(

  5. 박성용 2006/08/27 02:18 # M/D Reply Permalink

    "제발 인터넷에 자신이나 친구/가족에 관한 퇴폐적인 내용을 올리지 말아 달라는 내용"
    흠.. :-)
    그렇군요...

    1. Jekkie 2006/08/27 09:09 # M/D Permalink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저 지경에 이르렀는지 궁금할 정도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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