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방은 현재 샌프란시스코로 날아오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and those who know me, you know that I plan EARLY!) 나도 서부로 날아가고 있어야 하지만..
40년만에 불어닥친 대폭설로 인해 오도가도 못하고 공항에 앉아있다.
여기까지 차를 몰고 그 새벽에 온 것 자체가 신기할 뿐이다.

어떻게 왔냐하면...
       1. 새벽 3시반 비행기 취소
       2. 새벽 4시반 새 비행기 예약
       3. 새벽 5시...에 출발하면 넉넉할 줄 알았으나.. 나와보니 눈에 차가 "박혀" 있었다. 눈 꺼내는데 30분..
       4. 난생처음 몇 센티 눈이 쌓인 도로를 맨 타이어로 주행
       5. Check-in 마감 2분 전 도착
       6. 부랴부랴 Gate에 도착

원래 타야했던 비행기가 취소 되었다는 것을 새벽에 알게 되었고
부랴부랴 오전 비행기가 취소 안된 항공사 비행기를 예약하고 눈보라를 헤치고 달려왔다.
목숨 걸고 뭐한다는거... 이제 알겠다.
단명하겠단 생각을 백번은 외고 왔다.
그렇게 그렇게 생전 처음 눈도로를 달려 왔으나..
출발 예정 시간 3시간 후 결국 비행기 이륙이 취소됐다.
이게 지금 공항 상황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문제는 어저께부터 눈보라가 심해 워낙 비행기가 많이 취소되어서
다시 비행기를 잡으려면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
또 다른 항공사 비행기 중 오늘 오후 5시반에 직항 비행기가 있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집에 갈 순 없단 생각에, 월요일까지 기다릴 수 없단 생각에
그거 다시 예약하고 하염없이 창가에서 눈이 휘몰아치는 것을 보고 있다.
(그나마 지지이모가 전화줘서 잠 한숨 안자고 왔지만 조금 정신 차리고 있다)
보통 비나 눈이 오면 착륙은 못해도 이륙은 할 수 있다지만
너무 눈이 많이 와서
이륙할 비행기가 이륙장에서 길을 잃어버려 해메고 미끄러지는 상황이어서
구름 위는 맑은게 아무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내선 특성상 하루종일 비행기를 돌리는 시스템인지라
다른 곳에서 클리블랜드로 들어오는 비행기가 착륙을 해야 그걸 타고 나가는 건데
이륙은 가능해도 착륙이 안되면 그것도 말짱 도루묵이다.

그냥 웃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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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결국 공항의 모든 이착륙 비행기가 취소됐다.
3개의 항공사를 넘나들며 클리블랜드를 벗어나려고 애써 봤지만 결국 날아가지 못했다.
새로 비행기표를 사지 않는 이상 Continental로 샌프란시스코행은 다음 화요일이란다.
참고로 오늘은 토요일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배행기표가 100% 환불되어서
혹시라도 다른 비행기표를 찾으면 된다는 생각에 우선 화요일 비행기를 예약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집에 못 오는 줄 알았다.
그 사이에 눈이 더 많이 쌓여 버려서 우선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눈에 마뭍혀서 주차요원이 와서 차를 빼줘야 했고
길바닥은 눈반 얼음 반이어서 미끄려져 죽는줄 알았고
고속도로에서 빠지다가 눈구덩이에 차를 몰아 넣어서 맨손으로 차를 빼내느라 죽는 줄 알았고
(그래도 옆에서 다른 사람도 차를 빼고 있어서 외롭진 않았다)
집까지 다 왔나 싶었는데 주거지역은 눈을 치우지 않는 바람에 집까지 들어오는 작은 도로에서 차가 또 파뭍혀 버렸고
길을 지나가던 남자 8명이 때로 밀어준 덕분에 다시 큰 도로로 차를 빼서 길가에 주차 공간을 찾다가 또 눈에 뭍혀 버렸고
또 길가던 남자 두 명이 밀어준 덕분에 길가 비스무리하게 차를 세우긴 했지만 일렬주차는 포기했고....
결국 대각선으로 선 차를 버려두고 그냥 집에 들어왔다.
티켓 줄 주차요원도 못 돌아다니는 마당에 뭘 어찌대던 무슨 상관이겠냐 싶어 정말 길바닥에 차를 버려두고 왔다.

원래 가격의 3배 가격으로 내일 저녁 비행기표를 샀다.
오전 것도 있었지만 도로 상태가 오전까진 회복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넉넉하게 저녁 비행기로 잡았다.
혹시 몰라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비행기표를 모두 사 놨다.
에효.

현재 시간 밤 11시.
오후 내내 자고 9시반 쯤 일어났는데 눈이 멎어 있더라.
36시간 동안의 폭설이 끝나고 창문 밖으로 맑은 하늘이 보인다.
내일 저녁에는 날아갈 수 있을 듯.
내가 공항에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차를 눈구덩이에서 빼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찔하다.

눈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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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하늘을 보니 구름 한점 없었다.
이 상태면 오전 비행기가 뜰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다시 인터넷으로 들어가 오전 9시 비행기를 예매했다.
다행히 기존 구매했던 저녁 비행기 보다 $250이나 싼 가격에 비행기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Day Light Saving이 끝난 덕분에 새벽 2시가 없어지고 새벽 3시로 곧바로 시간이 변경되어
사실상 다시 한번 잠 한숨 못자고 눈 구덩이에서 차를 파낼 계획으로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그 사이 온 눈 덕분에 차는 반 정도 눈에 박혀 있었다.
한 시간이면 눈에서 차를 빼 내어 10미터 거리에 있는 도로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30분이 지나도 별 진전이 없었다.
이러다간 비행기가 떠도 놓치겠단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왠 차가 바로 앞에 멈추어 서는 것이 아닌가.
동네 분위기상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내 바로 옆에 멈추어 서는 차를 경계해야 한다는 본능적 생각에
차 안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몇 분 정도 거의 대치 상태를 유지하다 차에서 어떤 아저씨가 내렸다.
두 손을 들고 가까이 다가오더니 차를 빼려고 하는 것이냐 물었다.
분위기상 위험한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도움은 절실하단 생각에 그렇다 했더니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차에서 삽을 들고 내렸다.
30분 동안 이 아저씨와 지나가다 자신의 트럭이 고장나 오도가도 못하던 아저씨,
그리고 그 새벽에 뭘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지나가다 얼떨결에 아저씨들의 부름을 받고 온 학부생으로 보이는 학생
이 3명의 도움을 받아 겨우 차를 도로 위로 빼냈다.
눈 운전은 처음이여서 몰랐는데
누군가가 차를 빼내려고 밀고 당겨주는 상황에서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절대로 멈추면 안된단다.
결국 고맙단 말도 제대로 못하고 차가 도로위로 올라 오면서 전속력으로 줄행랑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한국말을 알아듣지도 내가 지금 이렇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는 것도 알지 못하겠지만
그 세 명에게 참 감사한 마음을 항상 갖고 있을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공항에 도착.
9시 비행기 탑승.
샌프란시스코에 12시 도착.
상봉했다.

일 주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클리블랜드로 돌아왔더니 어느새 눈이 다 녹아 있다.
자연은 신비롭다.

Posted by Jekkie

2008/03/09 01:56 2008/03/09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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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2008/03/11 17:02 # M/D Reply Permalink

    재작년 여름에 태풍에 산사태나서 터널안에 갇혔던 기억이 새록새록...

    1. Jekkie 2008/03/13 09:44 # M/D Permalink

      자연이.. 무서워... ㅠ_ㅠ

  2. 현우현준맘 2008/03/13 00:03 # M/D Reply Permalink

    잘만났나.. 모르겠네
    동인이는 현준이 돌잔치 수건을 안가지고 갔더라궁 ^^

    1. Jekkie 2008/03/13 09:45 # M/D Permalink

      다음 날 새벽에 1시간 동안 눈속에서 차를 파내서 겨우겨우 비행기 타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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