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경미했다면 뺑소니 아니다"

[연합뉴스 2007-02-13 06:02]
`뺑소니' 혐의 60대 운전자 무죄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자신이 몰던 승용차가 행인과 부딪친 사실을 몰랐던 60대 운전자가 뺑소니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회사원 이모(67)씨는 작년 3월1일 오후 5시께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서울 관악구의 한 도로를 진행하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문모씨의 우측 팔꿈치와 부딪쳤다.

이씨는 그대로 가버렸고 한 살된 아기를 안고 있던 문씨는 화가 나 병원에 가서 오른쪽 팔꿈치에 전치 2주, 아기는 머리에 1주의 진단을 받았다.

중략..

대법원 판례는 형법상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해 건강상태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도주운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례 1,
예과 2학년 겨울이었던 것 같다.
자동세차를 하기 위해 세워 놓았던 차가
분명 기어는 P였음에도 불구하고
슬금슬금 앞으로 기어나가더니
급기야 바로 앞에서 세차하고 있던 차에 "콩"하고 부딪혔다.
(아직도 왜 내 차가 움직였는 지는 미스테리다)
앞에 있던 아저씨는 차에서 내리자 마자
이게 얼마짜리 찬 줄 아는데 받는 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난 차 종을 구별할 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슬금슬금 움직이다 잠깐 접촉을 한 것 뿐이었는데
차 수리비를 받아야 겠다는 둥 새 차를 뽑아야 겠다는 둥 난리도 아니었다.
급기야는 차의 옆 부분에 기스가 나 있는 것까지 내 탓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이가 없어 멀뚱히 아저씨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는 내가 불쌍했는지
주유 직원들이 와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접촉의 흔적 조차 보이지 않자
(한 직원은 아얘 흰색 장갑 끼고 아저씨의 차량을 손으로 닦아 냈다. 내 차는 붉은 색이고 아저씨 차는 검은 색이었으니 내가 심하게 받았으면 페인트가 뭍어 나올 것이란 가정 하에서...)
어쨌던 이래나 저래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자
화는 나지만
자신이 봐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씩씩 거리며 차로 향했다.
그러더니 아직 뭔가 할 말이 넘았던지
뒤로 휙 돌아와 하는 말...
"어이 아가씨. 내가 지금 병원가면 전치 2주 받아 올 수 있는 거 알지?"
상황이 어찌됐건 내 차가 뭔가에 홀려 아저씨 차에 부딪힌 것이 사실이니
어이가 없어도 참던 나도 그 말에는 울컥 했나보다.
"저기요 어저씨. 저 XX 의대생이거덩요." (물론 예과였지만...)
지금 생각해도 의대생이 뭐 대단한가 싶지만
아직도 그 아저씨의 얼굴 표정이 싹 바뀌던 것이 기억난다.
5분 동안 반말로 빽빽 소리지르던 분이
"참 좋은데 다니시네요."라는 말을 하곤
쏜 살 같이 사라졌다.

사례 2.
1년 전 일이다.
출근을 하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내 앞에 무쏘가 차를 세우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아저씨가 급하게 내려
나보고 멈추란다.
난 내 차에 문제가 있나 싶어 (9년 된 차니 성한 것이 더 신기하다)
고마운 마음에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아저씨 왈..
"너 뺑소니냐?!"
아저씨 말로는 내가 자신의 차를 치고 갔덴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어이가 없어 뚫어져라 아저씨를 쳐다 봤다.
보조석에는 어떤 아줌마가 타고 계셨는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신문을 읽고 있었다.
상습범이란 생각이 들어 (돈이 목적이 됐건 취미 생활이 됐건...)
증거가 있냐고 되물었다.
증거가 왜 없냐며 나를 자신의 차로 데려간다.
자신있게 뒷 범퍼를 손가락질 하며 저걸 보랜다.
아무 것도 없었다.
(만화에 나오는 한 장면 같았다)
자기도 갸우뚱 거리는 것을 보니
미친 놈이 심심해 시비 건 것 같지는 않았다.
내 차와 자신의 차를 몇 번이나 왕복 한 후 하는 말..
"분명히 뭔가가 느꼈는데..."
아침부터 자신이 "뭔가"를 느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바쁜 출근 시간에 멀쩡하게 운전하는 사람을 멈춰 세우고 닥달하는 어이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난 부딪힌 적이 없지만 내가 부딪힌 거라면 사과 드릴께요. 됐죠?"
라는 말을 남기고 차에 올라 탔다.
그 날 오전 내내 XX놈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서울에서 운전을 배운 나...
천하무적이다.

Posted by Jekkie

2007/02/13 07:14 2007/02/1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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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꼬동 2007/02/13 19:27 # M/D Reply Permalink

    누나 멋쟁이! ㅎㅎ

    1. Jekkie 2007/02/14 02:46 # M/D Permalink

      또 하나 생각났다.

      사례 3.
      정확히 2005년 11월의 일이다.
      수정이가 보라매 병원으로 와줘 둘이 아웃백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 날이다.
      아웃백 앞 인도 주차장이 꽉 차 차를 후진 했는데
      뒤에 차가 오는지 확인을 하지 않았던게 화근이 되어
      뒤에서 오던 차를 받아 버렸다.
      그 차의 범퍼가 조금 찌그러졌고 인도에서 차도로 무작정 후진한 내 과실이 분명해 사과를 하고 수리비를 물어 주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너무 순순히 나아가자 한 몫 뜯겠다는 속셈이 여지 없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 수정이가 들이민 디카.
      여기저기 사진을 마구 찍어 줬다.
      덕분에 5만원으로 끝냈다.
      수정이가 없었으면 그날은 완전 당했을 지도...

  2. Tom 2007/02/13 22:44 # M/D Reply Permalink

    "참 좋은데 다니시네요."
    "참 좋은데 다니시네요."
    "참 좋은데 다니시네요."

    ㅋㅋㅋ

    나는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병에 대한 집필을 하고 있어. Sophistication Deficiency Syndrome(교양결핍증 혹은 상놈병)이라고, 알지? 위에 내용이 혹시 출판 되어도 놀라지마. I'll give you credit. ;)

    1. Jekkie 2007/02/14 02:47 # M/D Permalink

      Quote me on this.

      "@#$@%#@!!!!!!!!!!!!!!!#$%@$#%$#%&@$%!!!!!!!!!!!!!!!!!!!!!!"

  3. 마술가게 2007/02/14 07:51 # M/D Reply Permalink

    좀 다른 얘기를 해야겠네요.
    핸드폰으로 통화하면서 운전하시던 30대 아주머니가 제 바이크 사이드미러를 툭치고 지나갔습니다.
    저는 정지상태였었구요. 문제는 툭치고 지나가면서도 사고가 났다는걸 모르는지 아는지 계속 통화하면서 그냥 가시더군요. 속도야 빠르지 않았지만 저로서야 못가게 해야겠기에 운전석 창문을 두드렸죠. '아줌마!아줌마!' 그냥 가시데요. 그래서 주먹으로 창문을 쳤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웠습니다.
    아주머니 하시는 말 '경찰 부를거에욧!' 좀 어이가 없었지만 경찰을 부른다는게 틀린 얘기는 아니라 알았다고 하고 둘다 인도쪽에 차를 세우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대개 10분안에는 오는 경찰이 오지 않길래 그때까지도 운전석에 앉아 나와볼 생각도 안하는 아줌마에게 '경찰에 신고했어요?' 그랬더니 신고를 했다는데 그말투도 심히 거슬렸습니다. 급기야 열이 받으신 마술가게! 직접 경찰을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그때까지도 경찰에 신고를 안하시고 엄한곳에만 줄창 전화를 하셨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중략..
    그래도 이성적이며 초초 합리적이신 마술가게가 먼저 제안했습니다.
    '아주머니 사고도 경미하니 간단하게 처리하시죠.'
    아주머니 왈 '정식절차 다 밟을거에욧!'
    헉....이 아주머니 지금 내가 잘못햇다고 생각하는거야 뭐야.....가라앉혔던 화가 다시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시간 많으신가봐요?' 그랬죠. 돌아온 답변은 '아저씨가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요?'

    결국 그 아주머니 117만원 무셨습니다.

    말만 조금 이쁘게 했었어도. 그정도로 나오지는 않았을텐데....

    오도방 탄다고 무면허에 무등록 무보험일거라 착각한 걸까요?

  4. Jekkie 2007/02/15 11:32 # M/D Reply Permalink

    쯔쯔쯔.... 제 동생의 집필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잘못한 사람들이 간혹 더 큰소리라니까요...
    마술가게님 얘기에 또 하나 생각이 났어요.

    사례 4.
    지난 학기였다.
    점심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학교로 들어가는데
    좁은 골목에서 빨간 차가 빠른 속도로 튀어 나오면서
    저전거를 타고 가던 남학생을 그대로 받아 버렸다.
    다행이 많이 다치진 않았는지 학생이 일어났다.
    Stop sign이 너무나도 확연히 있었기에
    당연히 운전자가 내려 사과를 할 줄 알았는데
    왠 이따시 만한 흑인 아줌마가 차에서 내리더니
    학생에거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벅벅 지르는 것이 아닌가.
    그냥 지나치던 행인들이 어이가 없어 삼삼오오 모여
    학생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쥐어 주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끝까지 혼잣말로 학생을 탓하는 아줌마가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수업이 있어 상황을 끝까지 못 지켜 본 것이 안타까울 뿐...

    정말 상놈병은 "인류"를 위협하는 것 같다.

  5. 자유 2007/02/20 16:35 # M/D Reply Permalink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명절 연휴에 운전하고 다니면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운전자들도, 정말 고마운 운전자들도 만날 수 있었어요. 후자의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1. Jekkie 2007/03/01 09:00 # M/D Permalink

      자유님!!
      결혼도 하시고 혼인 신고도 하시고!!
      좋으시겠어요~!
      월컴투 Club 유부남 유부녀~!

      명절 때 운전하고 다니시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
      그래도 가족과 함께 보내서 행복하셨겠어요!!

  6. ssoo 2007/03/06 23:06 # M/D Reply Permalink

    참나..그 때 디카로 여기저기 펑펑 찍으니까
    점점 변하는 그 표정이 어찌나 꼬시던지.
    어이 없었던 건 우리가 그은 것도 아닌 걸 들이대면서 우리가 한 거라고 우기는 거라니..
    결국엔 내가 범퍼 높이 맞춰서 보자면서 옆에서 아래서 난리도 아니었잖냐..-ㅂ-;
    쩝..ㅋㅋㅋ.

    1. Jekkie 2007/03/08 13:29 # M/D Permalink

      응..
      완전 너 덕분에 5만원으로 때운 듯....
      다행이야 다행이야...
      ㅋㅋㅋㅋ
      고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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