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휴식

일과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가 겹치는 덕분에 공짜로 일 주일 간 한국에 다녀왔다.
이틀 여행, 7일 체류라는 짧은 일정 때문에 여기저기 연락은 못 돌리고 잠시 들어 갔다 왔다.
48시간의 이동 시간을 감안한다면 "휴식"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학교와 클리블랜드를 벗어나 4달 만에 가족과 상봉한 다는 것은 그 어떤 휴식보다 달콤했다.

몇 달 만에 머리도 다듬고
못 먹었던 음식도 먹고
일 주일 내내 늦잠도 자고
오라방 손잡고 나들이도 하고
식구들도 보고 몇 몇 친구들도 보고

그 와중에 일까지 하고 왔군...

Mentionable한 일들이 있다면...

1. 왕복 비행기 옆자리 분들께서 상당히 신경에 거슬렸다는 것.

시카고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비행기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30대 중후반의 여자.
여행 시작 후 내내 내 팔을 툭툭 건드렸다.
참다 참다 건들이지 말라하자 되리어 삐쳐 버리고 대답까지 안하는 것이 아닌가.
어이가 없어 뚫어져러 쳐다 봤더니 "네"라고 했자맘 이후 변함없이 팔걸이 경계를 무시했다.
나중엔 면세품을 산답시고 내 가슴 위에 팔을 아얘 얹어 놓길래
나도 화가나 팔을 쳐 내어 버렸고
당황한 스튜디어스는 그 아줌마 물건을 모조리 내 다리 위로 떨어 뜨렸다.
결국 베게로 팔걸이 부위를 막아 버렸다.
나에게 자리가 좁으면 남에게도 자리가 좁다.
팔걸이는 경계다.
넘지 말자.

시카고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선 장시간 여행 경험이 많이 없으신 것 같은 40-50대 아랍계 미국인 아줌마가
중간에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분을 사이에 두고 앉았는데
어찌나 불평불만이 많으시던지.
나중엔 남편 위로 다리를 쭉 뻗었는데 내 무릎 옆까지 아줌마 발이 왔다 갔다 했다.
그래도 날 건드리진 않길래 그런가보다 하고 자고 있는데
자다가 허벅지 쪽 느낌이 이상해 깨 보니
어느새 아저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없어지고 없고
모든 팔걸이를 위로 젖히고
아줌마가 아저씨 자리에 머리를 두고 누워 계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자리가 모자라다 보니 결국 내 허벅지에 거의 머리 반이 올라와 있었다.
비켜 달라고 얘기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시카고 내릴 때 쯤 되니 아줌마는 거의 시체 같았다.

2. 세관에서 감 빼앗기다

감을 박스 째로 받았는데
너무 많아서 서울에서 다 먹지 못해 안되는 걸 알면서도 가방에 감을 4개 넣어 왔으나..
그대로 세관에 걸려 버렸다.
아까운 감.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토요일 시할머님께서 돌아가셨다.
그냥 좀 몸이 안 좋으시다는 연락을 받고 할머님 상태가 어떤신지 고모님 댁으로 뵈러 갔다가
양쪽 다리도 많이 부어 있고
복통을 호소하시면서 혈변이 있으셔 119를 불러 병원으로 모시고 갔는데
도착 할 때까진 vital이 잡혔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심장이 멈추셨다.
오후 2시 반에 고모님 댁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나보고 "아주 온거냐?"고 여쭈어 봐 주실 정도로 의식이 있으셨는데
2시간 만에 급속도로 안 좋아 지셔서 너무나 갑자기 돌아가셨다.
손자와 손주 며느리 모두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해 드린 것도 해 드릴 수 있었던 것도 없어 아쉽고 죄송하다.
책임을 전가하려는 건 전혀 아니지만
119 차량에 정말 산소 빼고 아무 것도 없단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본적인 수액이나 청진기 조차 없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말 의사 둘이 타고 있어도 일반인 보호자와 다를 것이 없이 무력했다.
몇 번 찾아 뵙지도 못하고 이렇게 빨리 가셔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Posted by Jekkie

2007/11/26 13:05 2007/11/2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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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soo 2007/11/26 18:56 # M/D Reply Permalink

    잘 돌아갔구낭.
    울 나라 구급차...산소탱크에 산소라도 들어있으면 다행이란다...T_T

    1. Jekkie 2007/11/27 13:09 # M/D Permalink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를 만들어야 겠더만.
      응급환자들이 응급실까지 살아서 가는 것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

  2. 도해 2007/11/27 11:09 # M/D Reply Permalink

    고인의 병복을 빕니다. ...
    NS돌때... 신촌에서 전라남도가는데... 휴대용산소 하나 달랑
    충청도 지날때쯤 산소 고갈 =-=

    1. Jekkie 2007/11/27 13:11 # M/D Permalink

      국가에서 운영하는 환자이송이 저 정도인데
      영리를 목적으로 한는 이송업체에 대한 승인이 얼마나 쉽게 이루어질 지 상상이 가.
      울컥.

  3. 자유 2007/12/08 15:56 # M/D Reply Permalink

    저도 얼마 전 할머니를 보내드려야 했었답니다. 울 학교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작아서 구급차 타고 빨리 병원 오는 방식이라 그렇다더군요.

    1. Jekkie 2007/12/09 03:45 # M/D Permalink

      네 얼마 전에 자유님 할머님 사진도 봤었어요.
      시간이 되면 왔던 길 다시 가시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는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제 경우 할머님을 그리 잘 알진 못 했는데도 그런데 평생 할머님으로 알고 지낸 분께서 돌아가시면 어떨 지 상상이 안가네요.

      교수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교통 혼잡으로 인한 환자수송 지연과 응급 환자의 경우 말 그대로 1분 1초를 다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장비나 인력이 전혀 없다는 것은 결국 국가의 응급의료체계의 미약함과 정부지원의 부족으로 밖에 볼 수가 없을 듯 해요..

      다른 국가에 비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미국이 아무리 땅덩어리가 크다 해도 아주 시골이 아닌 경우 5-10분 거리 내에 병원시설이 즐비한데 그렇다고 해도 응급이송차량이나 인력은 어느 정도의 수준이 있다고 보여져요.

      즉, 단순히 거리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이 동네는 응급차량을 한 번 사용하는데 몇 백 불씩을 지불해야 하는 재정적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쨌던 질적으로 봤을 땐 응급이송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4. Hwan 2007/12/23 15:33 # M/D Reply Permalink

    지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서울 시내의 119들은 LMA, BVM, AED, 수액, 모니터, 혈당 측정계 등을 다 갖추고 있고 어레스트가 난 환자는 AED를 붙이고 BLS를 비교적 하고 오는 편이다. 물론 이것도 최근에 많이 좋아지고 있는 편으로 나 1년차일 때하고 4년차일 때하고는 완전히 다름. 1년차 때는 AED를 붙이고 들어오는 경우가 1년에 손으로 꼽았는데, 이제는 거의 모든 chest pain 및 어레스트 환자는 다 붙이고 온다. 가끔은 intubation에 line까지 잡고 오는 경우도...

    이유는 몇가지 생각할 수 있겠는데, 우선은 전문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1급 응급구조사들이 현장에 많이 나옴으로써 의욕이 넘친다는거... 기존의 119 대원들은 불필요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하여 병원으로의 빠른 이송에만 신경썼지만,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응급구조사들은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한다. 물론 너무 지나치지 않을까 우려가 있긴 하지만 기존의 V/S, mental status도 모르고 그냥 나르기만 하는 옛날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 또 하나는 Heart saver라고 어레스트난 환자를 AED 붙이고 BLS를 하고 병원으로 후송해서 환자가 살아나면 해당 119 대원을 표창하는 제도가 생겼다. 아무래도 성과를 중요시하는 공무원이다 보니 이런 제도가 꽤 동기 부여가 되는 듯...

    미국은 EMT, paramedic에 대한 제도가 많이 발달되어 있어 우리 나라하고 수준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고 보인다. 대우도 틀리고... 항상 얘기하지만 의료비의 차이를 아무래도 감안해야 하고...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환자 이송에 대한 발전도 많이 되어 있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 Jekkie 2007/12/24 17:22 # M/D Permalink

      수원 쪽이었는데 서울과 서울 외곽의 차이도 큰가보네요.
      뭐든지 항상 비판하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모습은 한국의 성장원동력이란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
      다음에 119를 탔을 떈 뭔가 다른 모습을 기대하며...

  5. 도해 2008/01/05 11:32 # M/D Reply Permalink

    이거 결국 문제가 터졌는데요.. 최요삼 선수 건으로...

    1. Jekkie 2008/01/06 03:45 # M/D Permalink

      그래?
      처치가 미흡했다는 얘기도 듣긴 했는데
      복싱의 위험성에 대해 더 많은 논쟁이 있는 것 같았는데..
      어쨌던 조만간 바뀌기는 힘들듯..
      돈이 있어야지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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