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오빠랑 얘기를 하다 생각해 보니 한국에 살 때는 당당한 척은 했어도 자존감이 아주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의대 때 그렇게 공부를 잘 했던 것도 아니고
한국 사람 기준으로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고
체형상 한국 여자치고는 볼륨감이 있긴 했지만 (여기서는... 그냥 아이 체형일 뿐이다...)
그게 그렇게 잘난 것도 아니고.
영어 잘 한다고 부럽단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건 내가 한국말과 문화가 불편하고 어색한건 생각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했던 소리고...
지금 기억에는 항상 당당하려 노력했지만 자존감이 높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한국문화 자체가 자존감을 높여주는 문화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칭찬보단 단점을 간접적으로 꼬집에 내는 것에 사람들이 더 익숙한 듯.
나도 칭찬에 인색한 편이긴 하지만 단점은 내놓고 뭐라하니 조금은 다른가??? ㅎㅎㅎ
미국에 처음 왔을 때도 처음에는 힘 들었다.
말은 다 통하고 전반적인 문화는 익숙했지만 (오히려 이게 더 문제인 경우도 있었다)
막상 하루하루를 살기 위한 기본적인 것들은 몰랐기 때문에 약간 위축되기도 했던 것 같다.
멀쩡하게 영어를 하는 애가 미국인들 입장에선 어리버리 기본적인 내용을 모르면 정말 이상하게 보기도 했었던 것 같다.
Cash back이 뭔지도 몰랐고 (OK 캐쉬백의 미국 버전인줄 알았다)
Debit의 계념을 알았지만 단어가 익숙치 않았다.
Credit card를 신청하면 상담원은 당연히 내가 될 줄 알고 정보를 입력하다가도 미국 social security가 없다는 것에 갑자기 조용해 지고 (*silent pause*) 안된다며 돌려 보내지기도 했다.
그래서 Cleveland에 정말 조용히 살았다.
집에서 책도 많이 읽고 TV도 많이 보고 운동도 많이 하고 그냥 혼자 얌전히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피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당당함은 적었던 것 같다.
한국인의 미덕이라 생각하고 양보도 많이 했고 남이랑 얘기할 때는 많이 들어주려 노력했다.
하물며... 친구들에게 친절하려고 했다....
지금은...
양보... 그런거 없다.
내 할 얘기 다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내가 필요한 건 끝까지 "쟁취"한다.
누가 싫은 소리하면 예전엔 조금 미안하기도 했는데 이젠 귀찮고 듣기 싫고 싫은 내색 한다.
누가 내 것을 부정당하게 뺏어가면 끝가지 쫒아가서 다시 가져온다.
이젠 오빠까지 왔으니 어느정도 오빠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
덕분에 전투력이 몇 배 증가했다.
로스쿨을 다닌 것도 영향을 줬다고 믿는다.
환불과 관련된 얘기인데...
미국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환불 교환 정책이 매우 훌륭하다.
입고 신지만 않았으면 옷, 신발은 기본 30-60일까지 환불이 가능하고
쓰던 화장품이 환불 가능한 경우도 있다.
사실 환불 정책이 관대한 이유 중 하나는 소비를 활성화 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필요도 없지만 환불만 믿고 샀다가 결국 갖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된다.
난 처음에는 환불에 익숙치 않고 필요 없으면 처음부터 안 사면 된다는 생각에
사놓고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갖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당당하게 환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큰 회사들의 경우 환불이 워낙 잘 되게 되어 있어 큰 불편함이 없다.
그냥 영수증만 잘 보관하면 된다.
내 경우 옷, 신발, 부엌용품, 가방, 고양이 밥, 사용한 화장품, 미용기기 등 거의 환불 안 해 본게 없는 것 같다.
물론 옷과 신발의 경우 새것으로 사용 안하고 환불한다...
그 정도 양심은 있으니까.
문제는 큰 회사가 아닌 경우,
또는 큰 회사여도 retail이 아닌 경우 환불이 꽤 복잡하고 힘든 경우가 있음을 발견했다.
최근 두 개의 환불 때문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 했는데...
첫 번째는 바 시험을 보는 동안 뉴욕에서 있었던 호텔이었다.
힐튼 계열의 호텔인 Hampton Inn의 경우 호텔 투숙에 만족하지 않는 경우 100% 환불을 보장해 준다고 홍보한다.
우리의 경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100% 만족을 하지 않았고 이에 환불을 요청했다.
호텔 프론트에서 응대가 깔끔하지 않아 힐튼 본사에 전화해서 공식적으로 컴플레인을 했고
다음 날 호텔 쪽에서 반응이 왔다.
결과적으로는 현금 환불이 아닌 Hampton Inn 계열에서 사용 가능한 적립금으로 환불 받았지만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 거기서 멈췄다.
오빠가 올 해 인터뷰 하면서 쓰면 되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마음에 안 들면 호텔 말단 직원들이랑 싸우지 말고 그냥 바로 본사로 컴플레인 하면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거의 3달을 싸워서 오늘 해결이 됐는데.
5월에 엄마가 왔을 때 뉴욕 관광을 갔는데
첫 날 비가 너무 와서 걸어다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뉴욕을 도는 관광버스를 타기로 했다.
서울에도 이런게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탄 거는 New York City Tour이었다.
푸른색 버스인데 혹시 이거 타고 싶으신 분들 절대 이거 타지 말고 붉은색 버스를 타시는 것을 권하고 싶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결국에는 동일한 모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이지만
둘 다 타본 결과 붉은 버스가 가이드도 더 좋고 버스도 더 새 버스다.
어쨌던 표를 사긴 했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그런지 15-20분이면 온다던 버스가 오질 않았다.
Long story short...
1시간 내로 이건 아니다 싶어 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환불을 요청했는데,
3번 연속으로 전화 안내직원이 전화를 끊거나 홀드 상태에서 5분 동안 놓거나...
아주 서비스를 안 해 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다.
위에서도 말했듯 컴플레인은 가능한 위로 가는 것이 좋다.
문제는 모회사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없다.
게다가 찾아보니 서비스센터 전화번호와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동일해서 아무것도 진행이 안될 상황이었다.
그래서 Better Business Bureau에 컴플레인을 넣었다.
www.bbb.org로 가면 된다.
BBB는 사업인증 기관인데 BBB에서 인증을 받으면 나름 양심적인 사업을 하는 곳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소비자들도 동일한 업체들이 있을 경우 BBB 인증 기관을 더 믿을 수 있으므로 사업적으로 고객유치에 도움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BBB 인증은 품질 보장 뿐만 아니라 차후 업체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BBB가 문제를 중간해서 해결해 주기도 한다 (mediation).
한국의 소비자보호원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BBB의 mediation은 법적 효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BBB 인증이 걸린 문제이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어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인이 아닌 단체를 통해 협상을 하므로 조금 더 파워가 생기게 된다.
예전에 보스턴으로 이사하면서 약간의 문제가 있어 BBB를 통해 해결했던 것이 생각나서 다시 BBB에 컴플레인을 넣었다.
한 2달 정도 지나니까 New York City Tour에서 환불을 해 주겠다고 했다며 BBB에서 연락이 왔다.
다 해결됐다 싶어 영수증을 전부 모아서 회사로 보냈다.
그런데 3주가 다 되도록 연락이 없었다.
Again long story short.
분명 우체국 기록상에는 모든 영수증이 회사로 도착했다고 하는데 회사측에서는 받은 것이 없단다.
환불을 안 해 주기 위해 정말 애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건 이미 익숙해야 한다.
보내기 전에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영수증을 모두 사진 찍어 놨었다.
총 17장.
그래서 17장을 그대로 다 보냈다.
그래도 연락이 없다.
그래서 오늘 오전 내내 오늘 안에 끝을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담당자를 찾았다.
결과적으로 통화가 됐고.
환불 받기로 했다.
아직 통장에 돈이 안 들어와서 확인은 안 되지만...
안 들어오면 또 전화해야 한다...
그래도 $258이며 거의 30만원인데...
그냥 날리기엔 너무 아까운 돈이어서...
3달 째 싸웠다.
이제 싸울거리는 얼마 전에 처음으로 과속으로 경찰에게 걸렸는데
Speed limit이 나무에 가려서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사진도 다 찍어 놨음.
7월 31일날 오후 다른 차들과 동일하게 달리는데 걸린 것을 봤을 때
차에 타고 있던 내 친구와 나 모두 아마 딱지 수를 채워야 해서 귀찮아서 낼 것 같은 새 차의 동양여자를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증거 사진도 다 찍어 놨고 법정에 가겠다고 답변을 보냈으니...
조만간 교통법원으로 불려갈 듯.
이래서... 난... 변호사가 천직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환불 정책이 관대해도 물건을 살 때 환불 정책은 꼭 확인해야 한다.
주에 따라 환불을 법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어 (예: 펜실베니아)
이 경우 환불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보통 환불이 안되면 안된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예: 할인 비행기표, 할인 호텔예약)
이런 경우에는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에 큰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환불이 불가능하다.
또한...
아무리 내가 쌈닭이어도...
정당하지 않다는 믿음이 있어야 싸운다.
아무리 까칠해 졌어도 아무거나 갖고 시간낭비하며 싸우지는 않는다.
You need to pick your fights.
UPDATE Aug. 16
$258 환불 완료. 승.
Posted by Jekk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