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 클리브랜드 가다

1. 여행의 시작.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오고 있었다. 가지고 가야 하는 여행 가방이 2개이기 때문에 우산을 들고 갈 손이 없었다. 그래서 우산손잡이를 외투 안에 넣고 머리로 우산을 고정한 다음 가방을 하나 어깨에 메고 양손에 여행가방을 끌고 출발을 했다. 평소 같으면 정거장 2개 거리에 있는 공항리무진 정거장까지 걸어 갈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선택했다. 택시를 타면 정릉 정거장까지 가야 하지만 왠지 길음 정거장-길음은 정릉의 전(前) 정거장이다-으로 가고 싶어서 길음으로 갔다. 기다리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는데 리무진 회사 직원말에 의하면 지금 오고 있는 리무진에 빈 자리가 하나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리무진이 도착하고 짐을 넣은 후 버스에 오르려고 하는데 왠 아저씨가 달려와서 자리가 더 없냐고 직원에게 물어 보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 아저씨는 나보다 먼저 정거장에 왔지만 비가 와서 친구 차안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리무진 자리를 놓친 것이었다. 아저씨에겐 미안하지만 나의 행운과 비에 감사하면서 리무진을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게 마지막 행운인 줄을 몰랐다.

2. JAL Check-in
여행 가방 2개중 하나는 carry-on이고 하나는 짐으로 부칠 예정이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땐 부칠 짐이 23Kg로 제한되지만 일본을 갔다가 가는 경우는 좀 더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통과될 줄 알았다. 하지만 문제는 carry-on이었다. 이게 10Kg을 넘는다고 짐으로 부칠 가방으로 물건을 옮겨야 했는데 물건을 옮기고 나서 가방이 잠궈지지 않았다. 항공사 직원과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수십명의 여행객 사이에서 한참을 가방을 몸으로 누르고 때리고 고생을 하면서 겨우 가방을 닫았다. 하지만 옷이 삐져 나와 다시 열었다 닫으면 가방 속 줄이 삐져 나오고 이런 식으로 생쑈를 했다. 속옷 등의 아주 개인적인 물건이 여러 사람에게 보여진다는 사실과 바보 같이 여러번 가방을 열고 닫는 반복개그를 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얼굴이 붉어지고 몸은 이미 땀으로 젖어 버렸다. 이 일이 있은 후로 마음의 평정을 찾지 못하고 연이은 실수를 하게 되었다.

3. 인천공항 출국 보안 검색
다들 알겠지만 액체, 젤로 되어 있는 물건은 지퍼락에 넣어서 carry-on 가방에 넣거나 짐으로 부쳐야 한다. 아까 물건을 옮겨 놓을 때 carry-on에 있던 화장품도 옮겨 놓으라고 JAL 직원이 말했었지만 당시 너무 당황한 나머지 "당연히" 깜빡했다. 그래서 인천공항 출국 보안 검색에서 걸렸다. 이후 검색이란 검색은 다 걸렸다. 시카고에 도착해보니 짐으로 부친 가방도 검색받았다는 노란 스티커가 붙혀져 있었다(어떻게 가방 비밀 번호를 알았는지 모르겠다). 시카고 입국 보안 검색도 걸려서 조사 받았다. 검색관이 나의 여권가지고 한참을 씨름하더니 가방을 열어 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클리브랜드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하기 위해서 터미널을 옮겼는데 터미널을 들어가면서 또 검색에 걸렸다.

4. 인천 공항
롯데 면세품 인도장이 위치를 옮겨서 한참을 해맨 다음 면세품을 받았다. 인도장에 사람이 많아서 여기서 시간을 모두 뺐긴 다음 아무 일도 못하고 gate로 갔다. 24번 gate라고 해서 가보니 다른 비행기와 연결되어 있었다. 비행기표를 자세히 보니 gate 는 24번이고 좌석이 24번이었다. 31번과 24번은 7개 차이지만 위치는 정반대이다. 열심히 뛰어가서 비행기를 탔다. 몸은 다시 땀으로 젖어 버렸다.

5. 시카고 입국 심사.
심사관은 백인 남자였다. 입국 심사의 초반부는 순조로웠다. 당연히 뭐하러 왔냐? 부인은 뭐햐냐? 이런 간단한 질문을 받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왜 여권이 1년짜리 여권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군대를 가지 않으면 단수여권을 써야 한다고 말했더니 심사관이 한국군의 유일한 적은 북한이냐고 묻는 것 아닌가. 난 미국도 적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입국 심사를 받는 중이기 때문에 아무런 대답을 안했다. 심사관은 뭔가 재미를 느꼈는지 혼자 떠들다가 어의가 없게도 북한의 우두머리가 김일성이라고 이야기했다. 김일성은 내가 중학생일 때 죽었다.

6. 시카고
클리브랜드로 가는 비행기를 탈려면 5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출발 2시간을 남겨 두고 비행기가 취소된 것을 알았다. 그래서 american airline에 물어 보니 호텔을 알아봐 줄테니 하루밤을 시카고에서 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셔틀은 없고 택시타고 45분 걸리는 호텔로 가야하는데 텍시비는 내가 내야 한다고 한다. 출국할 때 100달러 가지고 갔다가 20달러 쓰고 수중에 80달러 밖에 없는데 45분을 택시타고 갔다와야 한다니....80달러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택시를 탈 수도 없고 공항에 계속 있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고민하다가 정은이 도움으로 다시 american airline에 다시 찾아 갔다. 난 외국인이고 택시탈 만한 돈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 무조건 호텔을 바꿔달라고 했다. 그래서 셔틀이 있는 호텔로 바꿨지만 더 화가 났다. 왜 처음부터 셔틀이 있는 호텔을 주지 않고 택시타고 가라고 했을까? 여하튼 시카고에서 팔자에 없는 호텔에서 하루밤을 잤다. 호텔에선 LCD TV가 있는 거실이 따로 있고 double bed가 있는 방을 받았다.

7. 클리브랜드
다음날 오전 시카고에서 클리브랜드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기다렴서 안 일지만 american airline의 국내선 중에 RegionalJet라고 불리는 작은 비행기들은 다른 곳에서 여행객을 태우고 시카고에 도착한 후 바로 다른 여행객을 태우고 다른 곳으로 출발한다. 즉 gate를 그대로 쓴다. 이때 기장도 바뀐다. 그래서 한 번 연착이 되면 계속 비행기 출발 도착 시간이 지연된다. 역시 클리브랜드 비행기도 1시간 늦어졌다. 더 어의가 없는 사실은 비행기에 타고 나서 승무원이 기내 방송으로 한다는 소리가 "Now, our pilot is invalid"였다. 그러면서 다른 비행기에서 뛰어 오고 있다고 자세히 설명까지 해줬다.
겨우 클리브랜드에 도착해서 정은이를 만났다. 여행이 너무 꼬이고 힘들어서 시카고에 있을 때 예상하길, 짐으로 부친 가방이 아마 오지 않으면서 나의 험난한 여행이 피날레를 장식할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이 말이 현실이 되었다. 비행기가 취소되면서 시카고에서 클리브랜드까지 트럭으로 짐이 배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지금은 차분히 짐을 기다리면서 이글을 쓰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금요일 오후 2시 비행기를 타서 일요일 오전 7시 정도에 정은이 집에 도착했다. 요즘은 EMS도 이것 보다 빨리 오는데. 혼자 다니는 첫 해외여행이라서 더 우여곡절이 많은 것일 수도 있다.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면을 찾는다면 survival을 위해 이틀 사이에 영어는 늘게 된다.

=== 정은 남편 ===

Posted by Jekkie

2007/03/05 05:22 2007/03/0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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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55 2007/03/05 12:00 # M/D Reply Permalink

    ㅎㅎㅎ. 수고하셨어요.. 완전 안습..

    1. Jekkie 2007/03/06 22:26 # M/D Permalink

      그래도 도착해서 다행이죠?!! ㅠ_ㅠ
      시차 적응 중....

  2. jane 2007/03/05 16:19 # M/D Reply Permalink

    어떻게!!읽으면서 오빠 모습이 막 상상되었음...동인오빠 너무 고생하셨어요~
    근데 너무 미안스럽게도 왤케 웃긴걸까...ㅎㅎ
    극적 상봉이니 더 좋은시간 많이 보내세요~!!

    1. Jekkie 2007/03/06 22:29 # M/D Permalink

      평생 psychological trauma로 남을 듯...
      근데... 나중에 나중에 생각하면 무지 웃길 것 같아...
      ㅎㅎㅎㅎㅎㅎ ㅡ_ㅡa

  3. 마술가게 2007/03/06 15:29 # M/D Reply Permalink

    이글을 보며 몇해전 인디애나로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JAL 기를 타고 오사카에서 갈아타 댈러스까지 가서 다시 인디애나폴리스로 가는 것이었는데 큰 이민가방에 여자친구에게 줄 책이며 음식들을 가득히 담고 있어서 당근 검색을 당했었던 기억 말이죠. 커다란 어려움없이 인디애나 공항에 도착했는데 여자친구가 없더군요. 순간 내가 이 친구가 없으면 정말 이 막막한 곳에서 어찌해야한단 말인가 싶더라구요. 마침 공항 TV에서는 인디애나주 에서 한국인 여자가 살해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ㅜ.ㅜ
    글을 읽으면서 어이없는 일이 많이 벌어지신 것 같아 삼가 위로를 드립니다. 다만 김일성은 제가 육군 일병일때 죽었답니다. 중학생이 아닌 ㅜ.ㅜ

    1. Jekkie 2007/03/06 22:43 # M/D Permalink

      가방 가득......
      맛동산, 오징어 땅콩, 버터링, 돼지갈비 소스....
      거기에 작은 상까지 하나 들어가 있었어요... ㅋㅋㅋ
      Customs officer들은 어딜 가나 너무 불친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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