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과목 중 하나가 의료법 입문이었는데 학생들이 원하면 부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기말고사 준비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보고 왔다.
내가 마지막으로 부검을 본 것은 본과 4학년 때 국립과학수사 연구소 (국과수)에서 2주간 실습을 한 것.
겉으론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한 고인들의 사인을 밝힐 수 있는 과정이란 사실에 국과수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 (난 해부학도 매우 좋아했다) 환경이 너무 열악하단 사실을 깨닫고 잠시나마의 꿈을 접었던 기억이 난다.

어제 내가 방문했던 coroner's office는 우리로 치면 "구" 단위의 부검실이었다. 클리블랜드란 시는 county 단위로 나뉘어 지는데 그 중 내가 있는 Cuyahoga County의 모든 부검을 맡아 하는 곳이다.

워낙 땅도 넓고 인구가 많으니 시 단위도 아닌 구 단위로 부검실이 따로 있다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부검실 시설 자체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국과수의 부검실은 어둑칙칙하고 정말 고인들이 있을 만한 분위기였던 반면 Cuyahoga county coroner's office는 고층 건물에 로비까지 완벽하게 갖춘 깔끔한 건물이었다. 부검실 자체도 건물 6층에 자리하고 있고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밝고 아늑한 느낌마저 들었다.

게다가 우리와 같은 일반인 (나도 여기선 일반이지 뭐)들을 위한 Academic Training 수업을 위한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 가능한 깔끔한 부검을 실시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우리 수업을 맏아 준 Medical Examiner은 4년간의 의대, 4년간의 병리학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2년간의 forensic pathology를 전공한 Dr. Armstrong이란 여자 의사였다. 내 기억에 국과수에선 선생님들이 대부분의 부검 과정을 직접 했던 것 같은데 미국에선 의사는 대부분 병리조직을 맡아하고 부검은 Pathology Assistant가 한다고 한다. 우리 수업을 맡아 준 John은 장의사 자격증이 있고 수년간 장례업에 종사하다가 Pathology Assistant가 됐다고 하는데 족히 50은 되어 보이는 분이었다.

부검과정을 우리와 다를 바 없었고 순서도 같았다. 실습을 다시 하는 것 같아 잠시 의대생 같았다는 ^^

국가 전체의 부검을 맡아 한다는 국립과학수사 연구원의 열악했던 환경이 기억이 나 안타깝다. 공공기관들의 낙후가 개선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Posted by Jekkie

2007/04/26 04:08 2007/04/2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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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윤 2007/04/28 09:22 # M/D Reply Permalink

    최근에 국과수에서 일하는 법의학자들 열악한 환경에 대해 기사가 났었죵.
    미국은 뭐든 assistant가 있는것 같아요... 좋아보임

    1. Jekkie 2007/04/29 13:44 # M/D Permalink

      응.. 우리도 수입의 30-40%를 세금으로 내고 물건 구매할 때 꼬박꼬박 10%씩 내면 돈이 될 듯.
      오늘 전화비 청구서를 훑어 봤는데 전화비 $23 중에 $8이 세금이더라구. 1/3이 세금인 셈이지. 내 나라에서도 제대로 안내는 세금을 남의 나라 와서 한 푼도 안 빼고 다 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혼란스럽기도..
      잘못한다 잘못한다 다들 불만이지만 막상 세금 더 내라면 차라리 안내고 그냥 이대로 살겠다는 것이 사람 마음이니 앞장서서 뭔가 하려는 사람들도 어지간히 힘들겠다고 생각이 들기도 해.

      뭐든지 assistant를 만드는 것도 궂은 일 하기 싫어하는 전문직 사람들을 채용하고 비용도 저렴하게 유지하는 방법의 일환인 듯. 생각해 보면 전문직종 마다 assistant가 있어. Physician assistant, Nurse Assitant, Dental hygienist, Paralegal, Business Management Assistant... 한국도 비슷하긴 하지만 큰 차이는 assistant가 얼마만큼의 지식을 가졌고 얼마나 존중을 받느냐 인 것 같아. 부검에서 장기를 꺼내는 과정을 담당했던 John이 우리에게 강의를 해 줬고 Dr. Armstrong은 옆에서 기다렸거든. 기본적인 해부학 지식은 완벽하더라. Assistant가 부속물이 아닌 독립적인 직업이 됐을 때 활성화 될 수 있는 제도 인 것 같아.

      어쨌던 또 한번 생각을 많이 했어.

      잘 사나? 나 2주 있음 들어가!! 아하하하하!!

  2. 도해 2007/04/29 06:47 # M/D Reply Permalink

    2주후에 봐요 아하하하하하!!
    간만에 땜빵으로 응급실 알바 하고왔더니... 졸려요. 자러갑니다. zzz

    1. Jekkie 2007/04/29 13:45 # M/D Permalink

      응~!
      벌써부터 방학이 기다려져!

  3. 자유 2007/05/01 13:42 # M/D Reply Permalink

    Jekkie님을 통해서 알게 되는 두 나라의 차이점, 재미있네요.

    시 단위도 아니고 구 단위에 멋진 부검실이 마련되어있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부검할 일이 많지 않아 고작 국과수 부검실 하나 뿐이라고 억제를 부려보게 됩니다.

    얼마 전에는 미국 내 유망업종 중 내과의사보조(IM assistant)가 1위로 꼽혔다고, 우리나라도 곧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며 열변을 토하시던 우리학교 네프로 교수님이 생각나네요. :)

    1. Jekkie 2007/05/03 14:54 # M/D Permalink

      유망업종인 줄은 몰랐어요.
      흥미롭네요!
      우리나라 PA 제도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참 궁금하네요..

  4. sb 2007/05/03 15:59 # M/D Reply Permalink

    우리 국과수 같이 돌았었지? 사진도 어딘가에 있는데...

    기억 안나니? 우리 국과수에도 assistant가 있었다는 사실!
    바로, 운구차량 기사 아저씨...

    1. Jekkie 2007/05/03 23:50 # M/D Permalink

      ㅎㅎㅎ

      사진도 있어?? 오! 나중에 기회되면 보여줘!!
      아.. 기억났다.
      비오는 날 우산들고 국과수 앞에서 찍었던 것 같아.

      근데 진짜 Assistant 있었어.
      Brain 꺼낼때 skull removal 해 주던 분들 있었어!
      젊은 분들이었는데 완전 brain담당에.. closing도 했었나?

  5. 비밀방문자 2009/05/31 17:31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6. 비밀방문자 2009/05/31 17:32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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