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양은 오늘 아침 집에서 푹 쉬었습니다. 쉬다 쉬다 지쳐 밖에 나가고 싶단 생각이 들어 하염 없이 베란다 밖을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안스러워한 엄마가 35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 줬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가슴줄을 꼬인 채 메주어 다시 채워 주기 위해 끈을 풀어준 틈을 타서 풀밭에서 뒹굴어 보았습니다. 산책을 하려 했지만 큰 트럭이 소리를 너무 크게 내어 놀라서 집으로 뛰쳐 들어왔습니다.
오후 3시. 퇴근하는 아빠를 마중하기 위해 차에 올라 탔습니다. 아빠를 모시고 바로 집에 돌아오는 줄 알았는데 어디론가 새로운 곳으로 향했습니다. 엄마가 영어 유치원이라며 가서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꼭 반에서 1등을 하라 했습니다. 엄마는 한국 사람이 분명합니다.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 갔는데 다른 개들이 마구 짖어 댔습니다. 깜짝 놀라 아빠 뒤로 숨으려 했지만, 처음 보는 언니가 괜찮다며 아빠 엄마로부터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아빠 엄마는 어디론가 가 버렸습니다.
작은 울타리가 쳐진 방에 넣어진 저는 엄마 아빠를 찾기 위해 세 번이나 울타리를 뛰어 넘어 밖으로 나왔지만 매 번 착한 언니에게 붙잡혀 다시 방에 넣어졌습니다. 언니는 뛰어 넘는 소리도 안 들렸는데 어떻게 나왔냐며 궁금해 했지만... 1미터 높이의 울타리는... 껌입니다.
울타리 속에서 다른 개들을 한 마리씩 만났습니다. 다들 착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친구들을 다 만난 후 착한 언니가 이 번엔 저를 건물 밖에 있는 놀이터로 데려 갔습니다. 높은 울타리가 쳐 있었지만. 엄마 아빠를 찾기 위해 다시 뛰어 넘었습니다. 그런데 울타리 밖에 엄마 아빠는 없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옆 주차장 뿐이었습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한 저를 발견한 착한 언니가 건물에서 뛰어 나와 저를 다급히 불러 주길래... 냉큼 달려 갔습니다. 다행히 언니가 저를 다시 건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줬습니다.
이 번엔 사방이 벽으로 둘러 쌓인 방에 넣어졌습니다. 아빠 엄마는 어딜 갔나 싶었습니다.
10분을 기다리자 착한 언니가 다시 저를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어딜가나 싶었는데... 아빠 엄마에게로 데려다 줬습니다. 울먹.
착한 언니는 제가 참 착한 아이인데 거의 2미터 높이의 야외 울타리를 넘을 수 있으면 관리가 되지 않아 올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영어 유치원에서 저를 맡아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뛸듯 기뻤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온 보리양은 물을 마시고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곤. 아빠 엄마가 또 저를 차에 태웠습니다. 차 타는 걸 좋아하니 다행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아까와는 달리 건물이 아닌 풀밭으로 저를 데려가 줬습니다. 새들도 날아 다니고 다른 친구들도 뛰어 노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엄마 아빠가 뛰어 놀아주고 치즈도 줬습니다!!
오늘은.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제키의 일기
남편을 오전에 출근 시키고 간만에 여유로운 오전을 보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신문도 읽고 옆에 보리를 앉혀 놓고 졸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에어컨을 켜 놔도 점심 때는 더워서 그런지 영 입맛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스커피 몇 잔과 전 날 사 놓은 컵케익으로 주전부리를 하고 집안 일을 하던 중. 하염없이 창 밖을 내다보는 보리에게 밖에 나가고 싶냐 묻자 나름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것 같아. 그 더운 날씨에 가슴 줄을 메고 밖에 나갔습니다.
볼 일을 본 보리의 목을 보니 목줄이 꼬여 있었습니다. 풀어줘야 겠단 생각에 잠시 줄을 풀었더니 뭐가 그리 좋은 지 풀밭에 등을 비빕니다. 다시 줄을 묶고 우편함을 확인하기 위해 단지를 도는데 어느 집에 하수구가 막혔는지 큼지막한 트럭이 어마어마한 모터 소리를 내며 서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아 하던 보리가 어느 순간 소리가 너무 컸는지 화들짝 놀라하며 도망가려 했습니다. 다행히 가슴줄이 튼튼해 꽉 잡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항상 집 앞에 오면 줄을 풀어주는데, 풀어주자 기다렸다는 듯 집으로 뛰어갑니다. 자기가 나오자 해 놓고선....
바로 퇴근하는 남편을 데리러 가기 위해 차에 탔습니다. 평소엔 보리를 잘 데려가지 않는데 오늘은 차에 태워 데려가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차만타면 꼬리를 말고 엎드려 있던 아이인데, 이젠 사장님 마냥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앞 유리로 밖을 구경합니다.
남편을 픽업하고 바로 보리를 맡길까 생각했던 day care center로 향했습니다. 낮에는 탁아소식으로 개를 맡아 주고 필요할 때는 개 호텔도 가능하고 목욕 등의 grooming도 가능한 곳일 뿐만 아니라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여서 이미 한 달 전부터 혼자 보리를 돌봐야 하는 남편에게 딱이란 생각을 했던 곳이었습니다.
유치원에 들어서자 개를 잘 다룰 것 같아 보이는 여자 분이 우리를 맞았습니다. 보리의 서류를 모두 확인하고 보리를 넘겨 받은 그 분은 약 1시간 정도 보리가 다른 개들과 잘 지내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다시 돌아오라 했습니다. 자녀를 놀이방이나 유치원에 처음으로 내려 놓는 부모의 마음으로 보리를 낯선 사람들에게 맡겨 놓고 나왔습니다.
키친타월을 사기 위해 바로 옆 월마트에 들어갔는데 불안한 마음에 핸드폰을 계속 쥐고 있던 제 손에서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30분도 안됐는데 전화가 온다는 건 좋지 않은 일일거란 생각에 재빠르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보리를 맡겼던 여자 분이 바들바들 떨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Bori가 성격이 참 좋아요. 다른 개들이랑 참 잘 어울려요...."
"아, 네!"
"그런데... Bori가 담을 넘네요... 밖에 데리고 나갔는데 사람 키보다 높은 담장을 훌쩍 뛰어 넘어서 차도로 뛰어 드는 걸 제가 나가서 불러 데려왔어요. 다행히 절 믿어서 부르니 바로 오길래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온 상황이에요..."
"아, 네!
"아쉽지만 저희가 Bori를 못 맡아 드릴 것 같아요."
"아, 네... 2분이면 도착해요!"
다시 도착한 day care center. 여자 직원은 우리에게 보리가 뛰어 넘었다던 담장을 보여줬고... 정말 2미터는 되어 보이는 나무 담장은 대로변과 연결된 주차장 바로 옆이었습니다. 남편 말로는 저희 부부를 찾아 나온 것 같다 하는데 생각하면 할 수록 아찔하고 혹시나 버려졌을까 생각했을 보리가 안스럽습니다.
바로 저녁을 챙겨 먹고 보리 밥을 주고 개 전용 공원에 놀러가기로 했습니다. 참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정말 넓찍한 풀밭과 호수 주변에 개들과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름 시원한 날씨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보리양은. 언제 2미터가 되는 담장을 뛰어 넘었냐는 듯 풀밭을 뛰어다니며 너무나도 즐거워 했습니다.
이젠 부르면 전속력을 다해 달려오는 보리양. 다른 개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저와 남편만을 바라보는 아이를 보며 오히려 유치원에 안 가게 된 것이 다행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유치원은 못 보내겠지만. 자주 공원에도 데리고 나오고 시간을 많이 보내야 겠습니다.
Posted by Jekk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