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상이었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미국에서도 그렇고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는 건 전문직 여성으로써 큰 단점입니다.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insightful한 정보를 제공해 주길 바라는 클라이언트들의 입장에서 갓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보이는 동양여자가 들어와 컨설턴트/변호사/법률자문이라고 말을 하면 의심쩍어 할 만도 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항상 고양이가 털을 세우는 마냥 제 학력과 경력을 나열하게 됩니다. 간혹 기혼이라는 사실도 사람들에게 "아 이 사람 생각보다 어리지 않구나"라는 표정을 짓게 하기도 해서 과연 이들에게 먹고 살자고 사생활까지 모두 보여줘야 하는 것인가란 생각도 듭니다.

항상 보이는 나이에 대한 것만 신경 쓰다보니 털을 세운다는 것이 어떤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회의를 하는데 최근 몇 달 함께 일을 많이 해 왔던 보스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 그렇게 학교 다닌 것 치곤 참 정상이야. 놀랐어. 사회성도 있고."

단 한 번도 가방줄이 길어서 발생할 수 있는 선입견에 대한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원래 이 사람은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좋아하지 않았다기 보다 저를 싫어했습니다.  2년 전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눈도 안 마주치고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 것이 시간이 지나자 저를 안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펠로쉽을 위해 직원으로 돌아온 후에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고민을 털어내자 다들 웃으며 말했습니다.  원래 변호사와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둘 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고 아랫사람으로써 잘 지내보려고 노력했지만 회의 중에도 제 의견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이 사람 안되겠구나"란 생각으로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불편하긴 했지만 제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 싫었습니다.

불편한 와중에 사무실 안에서 동선을 잘 짜가며 피하며 살고 있었는데 지난 4월 직속상관 변호사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반강제적으로 이 사람과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서로 불편한 관계임을 알지만 일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쨌던 같은 배를 타기는 했습니다.

그로부터 3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어쩌면 이 상사는 제가 가장 솔직하게 회사에 대한 불만과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한 사이가 됐습니다.  변호사라고, 여자라고 무시 당하는 것이 싫어 정말 열심히 일했고 맡았던 일은 트집 하나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해 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괴로운 기간도 있었지만, 절대 그 상사가 저에게 강요를 한 건 없었습니다.  제가 제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증명은 했고 그 과정에서 친구도 됐고 이제는 제가 "책상이 왜 이렇게 지저분 하냐? 물 마신 컵은 왜 안 닦았냐?," "너 이 일 지금 처리 안 하면 언제하냐," "내가 보낸 파일 저장 안하고 어쨌냐? 왜 귀찮게 또 보내라고 하냐?" 라고 장난으로 타박을 해도 다 받아주는 사이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 번 주 금요일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면서 제가 그 동안 맡았던 일들을 인수인계 해 주는데 그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상이고 사회성이 있다고 한 것입니다.  과연 2년 전에 저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선입견으로 저를 바라봤는지...  금요일날 밥을 사 준다고 하니 가서 물어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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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6 10:36 2011/08/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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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우엄마 2011/08/16 16:11 # M/D Reply Permalink

    왜 그동안 정상이 아니라 생각했었어? ^^

    1. Jekkie 2011/08/17 00:51 # M/D Permalink

      저는 저를 완전 정상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선입견 중 하나가 동양인들은 가방줄 긴 것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 사람들은 over achieving이라고 생각해서 반감을 살 수도 있는 것 같아요.

  2. ssoo 2011/08/16 19:08 # M/D Reply Permalink

    변호사와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정상은 아니라고 얘기해줘. ㅎㅎㅎ

    1. Jekkie 2011/08/17 00:52 # M/D Permalink

      ㅜ_ㅜ 근데 변호사 안 좋아하는 사람 많아. 이 사람은 최근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여자를 꺼리는 경향도 있고. 근데 가끔 나 따박따박 따지는 거 보면 내 자신이 봐도 변호사 안 좋아할 만하다 싶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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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함 (Helplessness)

전 큰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몇 달 전 어느 선생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의사가 되셨다는 얘기를 들으며 생각해 보니 제 주변에 그런 의사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뿌듯함을 느꼈던 동시에 때론 이상주의에 휩싸이긴 하지만 저는 큰 그림을 통해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르웨이 총기사건, 런던 폭동 등을 바라보며 심한 무력감에 휩쌓였습니다. 분명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건들이었겠지만 정책 일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수 많은 장애물을 겪으며 저 또한 때론 그들이 느끼는 분노를 느끼고 무력함을 느낍니다.

어저께는 정부기관 사람들과 회의를 하기 위해 15-20분 거리를 걸어 회의장으로 걸어갔습니다.  보스턴은 걷기 안전한 도시이지만 어떤 사람이 언제 어떻게 접근할 지 모른다는 경계심은 항상 갖고 있습니다.  회사 동료 한 명과 인턴 2명과 함께 회의장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제 왼쪽으로 어떤 남자가 접근했습니다.  180cm 정도의 키에 짧은 금발 머리를 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손에 묵직한 비닐을 들고 있었고 깡말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마른 체형의 소유자였습니다.

저와 동료에게 "How do you get to Mass Ave?"라고 물었습니다.  보스턴에는 매사추세츠 도로라는 대로변이 있는데 어떻게 이 도로까지 갈 수 있느냐고 물은 것입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그를 피해 한 발짝 뒤로 물러났고 제 동료는 여기서 걸어서 2-3시간은 족히 걸여야 하지만 정 가야 한다면 서쪽으로 가라고 방향을 가리켜 줬습니다.

동료가 방향을 가리키는 동안 저는 재빨리 그를 훑어 보았습니다.  그가 입고 있던 붉은 색 티셔츠는 조금 전까지 빨래걸이에 널려 있었던 마냥 빳빳하고 말끔했습니다.  무릎까지 오는 흰색 반바지 아래에는 발목까지 올라오는 두터운 테니스 양말을 신고 있었고 그 밑으로는 힘겹게 발가락 사이로 신어야 하는 쪼리를 신고 있었습니다.

"방금 병원에서 퇴원했는데 Mass Ave로 가야 해요.  거기 가야 해요."

계속 웅얼거리던 그는 순간 휙 돌아서더니 순식간에 차량이 다니고 있는 길을 건너 버렸고 깜짝 놀란 제가 멈칫하는 동안 그가 들고 있던 비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Beth Israel이란 보스턴 병원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확인한 저는 그가 정말 방금 병원에서 퇴원했음을 직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양말 위로 쪼리를 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빠른 걸음걸이로 사라져 버렸고 저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5분 정도 걸었나.  그의 목소리가 뒤통수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사라졌던 것처럼 순식간에 다시 나타난 그는 저희 앞으로 휙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 와중에도 지나가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붙들고 Mass Ave로 가는 방법을 물어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피했습니다.

멈칫거리던 저는...  한참을 앞서간 그를 향해 뛰어 갔습니다. 

"이봐요!"

"네?"
 
"어디가는 거에요?"

"Mass Ave를 가야해요."

"왜 Mass Ave를 가야해요? 어디 살아요?"

"나 Manchester, New Hampshire에 살아요.  방금 병원에서 퇴원했는데 집에 갈 돈이 없다고 하니까 Mass Ave에 가서 구걸하면 돈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서 Mass Ave에 가야 해요."

"왜 거기까지 가서 돈을 구걸해요?"

"거기 가야 돈을 잘 준데요."

"Manchester까지 가는데 얼마나 필요해요?"

"편도 버스 표가 $14래요.  나 지금 $7 밖에 없어요.  그래서 Mass Ave에 가야 해요."

그는 단 한 번도 저에게 돈을 달라고 구걸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을 바라봤고, confused 한 상태 같았지만 약을 한 상태도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님이 확실했습니다.  더더욱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돈 주면 집에 갈거에요?  술 먹거나 약 사 먹지 않을거에요?"

"나 진짜 집에 가요!  집에 가고 싶어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고 믿고 싶었고 난 가방에서 $10짜리 지폐를 한 장 꺼내어 손에 쥐어 줬습니다.

"집에 가요, 꼭!"

"고마워요.  이름이 뭐에요?  난 존이에요."

"난 제키에요."

그는 날 꼭 안아줬고 술 냄새나 땀 냄새가 전혀 나지 않던 존의 붉은 색 티셔츠에서는 싸구려 빨래 세제 냄새가 물씬 풍겼습니다.

돌아서서 동료들과 만나 회의장소가 있는 건물 앞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존이 이 번엔 South Station으로 어떻게 가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South Station은 버스 정류장이므로 그가 집으로 가려고 한다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존은 분명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도 놀랍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병원에서 이런 환자를 퇴원 시키면서 돈이 없으면 Mass Ave로 가서 구걸을 하라고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애당초 그가 왜 병원에 입원 했었는지도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갓 병원에서 퇴원한 것으로 보이는 정신 상태가 말끔하지 않은 사람이 집에 갈 돈이 없어 구걸을 하기 위해 하염 없이 어디론가 걸어가려 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언젠가는 환자를 위한 의료 시스템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는 제게 이렇게 사회보호층이 버림을 받았단 생각이 들게 하는 상황들은 무력함을 느끼게 합니다. 

혹시 몰라 방금 버스 값을 확인해 봤는데...  정말 보스턴에서 맨체스터까지 편도 버스표는 $1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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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1 11:22 2011/08/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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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딸맘 2011/08/11 15:31 # M/D Reply Permalink

    ... 잘 하셨네요..
    한편으론 뿌듯한데, 또 한 편으론 우리가 사는 현실에 대해 좀 안타깝다는 마음도 드네요..

    1. Jekkie 2011/08/12 10:08 # M/D Permalink

      감사해요. 그런데 뿌듯함은 많이 없어요. 결국 집에 갔는지 안 갔는지도 모르고 땜빵이었을 뿐이란 생각이 많이 들어요... 무력함이란게 참 무서운 것 같아요.

  2. 현준엄마 2011/08/11 23:25 # M/D Reply Permalink

    존은 잘 도착하였겠지? ^^

    서울은 장애인 전용 콜택시 같은것이 있는데.. 비용은 무료지.
    근데 이것도 아는 사람만 알어.
    그리고 지역이 다르면 혜택을 못 받는건지 몰라서 못 받는건지..

    작년 우리학교서 장애인학생들 대학수능을 보았어.
    한분이 시험을 치고.. 집으로 돌아가야했어 .
    나이도 내또래쯤 되어서 대학수능을 보는것도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다리 한쪽이 의족이시더라구..
    근데 집은 강북어디래.. 근데 왜 분당서 시험을 봤는지는 모르겠어 ^^;
    시험장소가 분당뿐이었는지.. 에효...
    근데 집에가는데.. 무료 콜택시를 타려면 서울에는 어떻게든 가야한다는거야
    그래서 전철타고 가장 가까운 서울내 전철역에 내리신다더군.
    우리학교선 전철역을 가려면 정~말 많이 걸어야 하는데.. 안타까웠어..

    근데 얼마뒤에 알아보니 분당도 장애인 전용 택시 그런게 있더라..
    지역이 다르면 정보가 제공이 안되는건지.. 이용이 제한이 되는건지..
    참 안타까웠어

    그래도 그 분은 정신적인 문제는 아니어서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은 하시는데..
    존과 같은 경우엔.. 많이 힘들꺼야..
    지금도 학교에 마음이 아픈 아이들 보면 안타까워.
    (우리학교 특수학급 학생들이 있거든. 대부분 자폐아동이야)
    학교는 허울뿐이고 부모들이 모든 교육을 다 따라 나서야하고
    담당교사는 기간제(정식 공무원이 아니고 임시제)라서 수시로 바뀌고
    그 애들은 고등학교 졸업하는 날이 가장 슬픈 날이래..
    매일 갈곳이 없어지니까.. 에효..
    그나마 우리학굔 부모들이 뒷받침을 해줄 수 있는 애들인데..

    사회보호층들이.. 학교나 병원이나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

    1. Jekkie 2011/08/12 11:08 # M/D Permalink

      아... 결국에는 돈이 문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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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강한 자들에게 강하고 약한 자들에게 약할 수 있게 하소서.

Posted by Jekkie

2011/06/20 02:50 2011/06/20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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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한국에선 일반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할 지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것 같습니다.   사실 이는 새로운 논의가 아닙니다. 적어도 기록상으로는1990년대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 이슈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보다는 정책 확립에 대한 생각을 쓰고 싶습니다.


정책을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책도 과학입니다, 새로운 정책을 세우거나 기존의 정책을 바꿀 때는 기본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증거는 임상시험일 수 있지만, 경제학, 사회과학이나 정치학에도 나름대로의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증거/근거가 존재합니다.


정책을 세울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객관적 자료 없이 감정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본적인 배경 정보와 증거 없이 단순히 다른 사례의 결과만을 선택적으로 채택하는 것입니다.  언론의 장단점을 잘 아는 입장에서, 종종 언론과 이익단체들이 객관적 자료 없이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정책 방향을 내세우는 것 같아 정책자로써 안타깝습니다.

 

객관적 자료의 부재


10년이 넘도록 일반의약품을 슈퍼/편의점에서 팔아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반대하는 주장이 수 없이 오갔지만, 막상 그 어떤 주장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슈퍼/편의점 판매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건강보험료 재정을 아끼고 국민의 편의성을 위함이라 합니다.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의약품 오남용이나 약국들의 생존을 거론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주장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내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건강보험료 재정 문제와 의약품 오남용 문제는 충분히 현존하는 건강보험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 모델만 제대로 세운다면 일반의약품을 슈펴/편의점에서 판매할 시 예측 판매량과 약국들의 판매 수요 감소를 말그대로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현재 존재하는 일반의약품 오남용 데이터를 통해 일반의약품 판매가 증가할 경우 오남용이 증가할 것인지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안타깝게도 현재 이러한 주장들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증거는 전혀 없고 각 측에서 그럴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혹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자료가 있을 것이라 하지만, 만약 실제로 자료가 있다면 다행히 공개를 해서 모두가 나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잘못 찾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터넷 상에서는 이런 자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raw 데이터가 전혀 없다면...  이건 이 포스팅 이상의 더 큰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약국들의 생존 문제도 충분히 경제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약국들의 수입원을 분석하고, 슈퍼/편의점 판매가 시행될 경우 수입의 감소를 예측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다루고 싶은 얘기는 국민들이 원한다는 주장입니다한국말로는 잘 모르겠지만, 영어로는 Slippery Slope란 것이 존재합니다, 한 주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말도 안되는 결론이 나올 경우 그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당연히 해 줘야 한다는 논리는 slippery slope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100년 전 노예제도가 존재할 당시, 60년 전 인종차별이 존재할 당시 많은 수의 국민들은 이를 유지하고 싶어 했습니다. 일반의약품과 노예제도 또는 인종차별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모두 국민이 원하기 때문이란 이유가 공통점입니다, 일반의약품과 노예제도 사이에는 수많은 다른 국민들이 원하는것들이 존재하며 과연 어디서 선을 그어야 하는 지가 명확하지 않고, 그래서 이 모두 눈덩이 같은 slippery slope 상에 존재하게 됩니다.


또한 국민이 원해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증거 또한 불분명합니다최근 소비자보호원이 50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박카스를 약국 외 슈퍼에서 살 수 있길 바라느냐는 조사를 했다고 하고, 70% 넘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언론에서 보도된 후 인용되는 이 자료는 소비자보호원 홈페이지에서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박카스등으로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습니다조사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 조사가 어떻게 모델 되었고 어떤 질문들을 바탕을 어떻게 진행되었는 지 쉽게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또한 과연 4 7백만 국민이 존재하는 한국에서 달랑 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국민 전체가 원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지 의문입니다물론, 그럼 국민 전체 조사를 해야 하냐!라고 반박한다면국민 전체 조사는 결국 국민 투표이고 이 사안이 국민 투표가 필요한 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하지만, 500명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합니다그럼 500명 결과를 만 배 하면 5천만이 되니까 결과를 만 배를 하면 되지 않느냔 주장은. 기본적인 과학 실험을 해 보신 분, 그 중 임상의약품 시험을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500명으로 인구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큰 무리입니다.


또한 연구 방법도 중요합니다.


최근 컨설팅 펌 맥킨지에서 제정된 후부터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의료개혁법과 관련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결론은 의료개혁 때문에 30% 고용주들이 더 이상 직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의료보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 50% 정도가 직장을 통해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으므로 정말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었고, Wall Street Journal이나 로이터 등 다양한 언론에서 보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몇 몇 정책자들은 이 설문조사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기자 중 몇 명이 맥킨지의 설문 조사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설문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 어떤 질문들을 이용해 설문 조사를 했으며, 몇 명에게 어떤 방식으로 문의하여 그 중 몇 퍼센트가 응답을 했는 지 등의 기본적인 연구 방식을 알 수 없었습니다한 기자가 맥킨지에 연락을 취한 결과 설문 조사 방식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설문조사 방식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서는, 그 결과가 얼마나 신빙성 있는 지를 판가름 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특히, 질문에 따라 응답률과 응답 자체가 달라질 수 있음 명확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노예제도나 인종차별과 같이 인간의 기본권과 관련해서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임신중절수술이나 동성애자들의 인권도 경제학적,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일반의약품과 같이 누가 봐도 경제 (commerce)와 관련된 정책 방향은 충분히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이슈입니다.  10년 넘게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경제학적 분석이 없다는 것은 한국 정책에 있어 think tank들의 부재를 보여준다 생각합니다. 


To be continued.

Posted by Jekkie

2011/06/10 11:50 2011/06/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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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일주일 만의 집청소와 빨래를 마치고 뭘 할까 고민 하던 중 바람도 쐴 겸, 여름도 대비 할 겸 충동적으로 페디큐어란 것을 받아 보기로 했습니다.

걸어서 5분 정도면 번화가가 있어 제 돈 내고는 처음으로 페디큐어란 것을 받아 봤습니다.

굳은 살도 제거하고 미리 CVS에서 원하는 페디큐어도 골라 가서 딱 마음에 드는 색으로 칠했습니다.

상쾌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중 집 바로 앞에 있는 공원에서 못 다 읽은 지난 금요일 신문을 읽어야 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첫 기사를 다 읽을 무렵.

누군가 제가 앉아 있는 벤치로 다가와 "Excuse me"라 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왠 젊은 흑인 친구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않아 있더군요.

"Yes?"

"What college do you go to?"

미국에서 동양 여자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해가 진 늦은 밤에는 당연히 더 조심스러워 집니다.

하지만 멀쩡한 대낮이었고 사람이 바글바글한 공원이었던 지라, 제 안전보다는 뭘 원하는 지 알아야 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솔직히 난 10년 전에 학교를 졸업했고 보기보다 나이가 많다 했고, 원래 동양인들이 원래 나이보다 어리게 보여서 그렇다 설명을 해 줬습니다.

그 친구는 자신이 동양인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어 잘 몰랐다 했습니다.

여기서 든 생각은 우선 서부 사람은 아니고, 동부 사람이어도 동양인들이 많이 가는 학군 좋은 곳에서 학교를 다닌 아이는 아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넌 전공이 뭐냐 묻었고 그 학생은 아직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교를 못 다니고 있지만 언젠가는 요리를 배우거나 경영을 배워 돈을 많이 벌고 싶다 했습니다.

...  정말 창피하지만...

"아 돈을 달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은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지금 먹는 음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고 했습니다.

음식이 오는 곳이 안전하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당뇨와 같은 질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네 친인척 중에 당뇨를 앓고 있는 분이 있느냐고.

그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부모님 두 분, 할아버지 할머님 네 분 모두 당뇨에다가 이모 중 한 분은 이미 당뇨 합병증으로 양쪽 다리를 무릎 위 amputation 한 상태시라고.

자신은 아버님처럼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말을 하며 자꾸만 트림을 합니다.

조금 전 fast food 식당에서 밥을 먹고 왔는데, 맥도날드가 몸에 좋아졌다고 하는데 별로 좋아진 것 같지 않다고...

운동을 해서 살을 빼야 하는 건 아는데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사러 가게에 가는 것 조차 힘들어서 운동하기가 힘들다고.

막상 가게에서 사는 음식도 highly processed 된 음식이어서 몸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자신이 addiction 된 것 처럼 먹는다고.

제 이름이 뭐냐 묻습니다.

Jackie라고 둘러 댑니다.

자신의 이름은 James라 합니다.

일부러 악수를 했습니다.

마약을 한 상태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건 지 확인하기 위해서...

손바닥은 건조하고 시선도 또렷합니다.



제가 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low income population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당뇨의 치료와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James와 그의 가족들과 같은 사람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그들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고, 선입견과 인종차별로 그들을 대하게 됩니다.

도우려는 사람들을 온몸으로 의심하고 피하려는 제 자신이 창피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Perfect stranger를 못 믿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만약 James가 백인이나 동양인이었다면 과연 그가 돈을 구걸하려 하는 것인지,

마약을 한 상태로 나와 대화를 하려 하는 것인지를 고민했을 확률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습니다.


This was supposed to be a relaxing Sunday afternoon...

Posted by Jekkie

2011/06/06 07:26 2011/06/0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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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soo 2011/06/06 18:03 # M/D Reply Permalink

    그럼 그 흑인 친구는 말을 왜 건거야?

    1. Jekkie 2011/06/07 04:45 # M/D Permalink

      He was hitting on me to begin with... 내가 흑인들이 좋아하는 타입이야... 매일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2. rok 2011/06/07 00:36 # M/D Reply Permalink

    I totally understand what you are talking about. It is one way to protect yourself from strangers. And, you probably knew how black people were dangerous after living in Cleveland for a while. Thank you for your email! I really appreciate it. I will contact you soon! I'm sorry for typing in English. I can't type Korean now.

    1. Jekkie 2011/06/07 04:48 # M/D Permalink

      ㅎㅎ 괜찮아요!

      사실... 보스턴에서도 워낙 흑인들이 말을 많이 걸긴 하지만 전체 인구가 주 전체의 6% 정도 밖에 안되니 클리블랜드에 비해선 덜 하긴 해요. But still. 참 마음이 아퍼요. 착한 분들도 정말 많긴 많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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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 땐 몰랐는데, 요새 변호사가 되서 한국 인터넷 기사를 읽을 때마다 몸이 움찔움찔하는 기사들이 있으니, "누구누구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입니다.

예를들어, 현재 모 의과대학 학생들의 성추행 관련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아직 구속영장 조차 발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이미 성범죄자로 낙인한 것은 정말 큰 문제입니다.  즉, 혐의만 있는 상황에서 정식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회에서 범죄자로 인식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원칙은 이렇습니다.  경찰이 어느 정도의 의증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후 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을 통해 혐의자를 수색 또는 구속해야 합니다.  영장은 모두 판사로부터 발부 받아야 하며, 영장이 발부 됐다는 것은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할 혐의가 있다는 것일 뿐, 범죄 여부를 판단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아직 구속 및 재판은 커녕 조사도 제대로 마무리 된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을 범죄자로 낙인 찍는 것은 200-300년 전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모여 돌팔맹이질을 하던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법치국가는 위의 예를 든 사람들 뿐만 아니라 국민 하나 하나를 보호하는 법체계입니다.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기본적인 권리가 묵살되는 사회에서는 개개인의 발언권 조차 보호 받을 수 없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권력에 휘둘리게 됩니다. 

자신들의 편의에 맞게 범죄를 증명하지 않고도 이미 사회적으로 범죄자로 낙인 찍는 경찰과 검찰 모두 법치국가의 기본을 이행하지 않고 있고, 이들과 맞장구 치며 광고비 수입이나 올리려 하는 언론도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여기에 휘둘리는 일반인들도 깨어나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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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01:55 2011/06/0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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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hong Kim 2011/06/26 23:44 # M/D Reply Permalink

    오랜만에 왔는데, 좋은 이야기 입니다. 대체적으로, 법을 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그 사건을 보고, 그러한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은 '구속' 자체만으로, 큰 기사거리와 사회매장화가 되지요. 선고공판 기사는 잘 나오지도 않습니다. (가끔 구별 못하는 기자도 있지요.) 일반시민들이 법에 대한 친화력이 좋아질때가 비로소 민주주의의 완성단계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1. Jekkie 2011/06/28 02:38 # M/D Permalink

      안녕하셨어요!

      민주주의와 Rule of Law의 구별도 약간 필요한 것 같아요. 즉, 정치와 법치는 구별되어야 하니까요.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국가도 법치국가는 될 수 있잖아요. 단순히 구속만으로 사회적 매장이 되는 건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큰 문제에요...

      종종 소식 전해 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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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주의자

인생의 일부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고 발견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갈수록 내 자신을 알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건 난 상당한 원칙주의자라는 것이다.  아마 그래서 의학보단 법학을 훨씬 적성에 맞아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난 국적인 한국인이고 마지막 대통령 투표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 내 한표를 행사하지 않았다.  절대로 내가 원하는 좋은 대통령이 되지 못 할 것이란 생각을 했고 선거공약 중 대부분을 지키지 못 할 것이라 생각했으며, social equality 보다는 가진 자들의 힘을 보호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 뽑힌 후 단 한 번도 그를 이름만으로 칭하거나 동물에 비유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다수의 의견을 따르기로 사회적 합의를 한 것이다.  우리 편이 다수일 때는 민주주의를 외치고 남의 편이 다수일 때는 독재를 외치는 건 민주주의의 기본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짧은 시간 안의 큰 변화는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받아 들였을 땐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변화를 이루어 가기로 한 것이며 그 변화가 "내가" 원하는 변화가 아니더라도 이를 수긍하고 받아 들이기로 한 것이다.  만약 그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가 원하는 변화를 이루기 위해 힘을 모이고 그 힘을 행사할 권리 또한 민주주의의 일부이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합당한 처우를 해 주지 않는 것은 결국 우리의 민주주의에 침을 뱉는다는 생각에.  결론적으로 난 존경하진 않지만 인정을 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얼마 전에 내가 보호하는 매사추세츠 주 법 중 하나가 날치기로 무효화 됐을 때 난 결과도 중요했지만, 날치기란 과정에 더 실망과 분노가 컸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 몇 명은 우리도 날치기로 통과하는 경우도 있고, 같은 방법으로 다시 원상복귀하면 된다는 말을 했고 날 절대로 그렇게는 못 한다 했다.  그들은 내가 아직 정치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 말 했고, 난 그딴 정치는 배우고 싶지 않다 했다.

그렇다고 내가 결과를 중요시 하지 않는 사람도 아니다.  종종 결과가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도 말을 한다.  하지만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결과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갈수록 고지식 해 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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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30 10:20 2011/05/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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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주장하기 follow up

국가나 문화를 막론하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권리를 주장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보복 (retribution)이다.  보복의 종류는 다양하다.  제기했던 문제가 더 심화될 수도 있고 겉으론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차츰 회사 내에서 배척 당할 수 있다.

아마 내가 미친척하고 대들 수 있었던 건 현재 회사에서의 근무기간이 3개월도 남지 않았음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면 되는 거니까. 

이유야 어찌 되었건, 결론은 이렇다.  나도, 윗사람도 서로에 대한 respect가 생겼다.

윗사람은 내가 밟으면 꿈틀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내가 근무 환경에 불만을 품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위치에 문제가 발생할 있음을 인지했다.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외향적으로는 나를 대하는 태도가 더 respectful 해 진 건 확실하다. 

나는 다른 사람의 태도에 쉽게 반응한다.  개인적인 문제와 다르게, 일을 하는 공간에서는 속으로 나를 어떻게 생각하건 내가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나를 co-worker로 합당한 대우만 해 준다면 나도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건 일을 할 때는 최선을 다 할 수 있다.  또한, 아랫사람이 문제를 제기 했을 때 이를 개인적으로 받아 들이지 않고 환경 개선에 힘쓴다면 나는 이를 존중한다.  이에 나를 대하는 태도도 더 respectful 해 졌다.  서로 윈윈이라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우는 것 중 하나는 현명하게 내 권리를 주장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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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7 22:58 2011/05/2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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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ing

나정이랑 동우한테 배운 것.

내가 기도해야 하는 건.  Calling이 왔을 때 그것이 calling임을 알 수 있는 능력과 그에 응답할 수 있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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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3 10:46 2011/05/1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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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주장하기

날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 성격상 흑과 백, 옳고 그름이 명확하고 포커 페이스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항상 바닥에서부터 일을 시작한 관계로, 또 나름 동양의 위아래가 확실한 사회적 통념에 익숙해 있는 관계로 대부분의 사회생활에 있어 가능한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싫어도 싫다는 소리는 하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하지막 이 욱하는 성격 때문에 이건 아니다 싶으면 꼭 한마디씩 말은 하고 넘어간 것 같긴 하다.  한국에서 인턴을 하면서 교수님이 워낙 예뻐해 주셔서 한 펠로 선생님의 눈엣가시였던 적이 있었다.  교수님서 허락해 주셔서 달랑 1달 로테이션을 도는 주제에 대구였는지 대전이었던지 학회를 쫓아 갔던 적이 있었다.  물론 펠로 선생님은 이를 매우 못마땅히 여기셨다.  학회 뒷풀이에서 펠로 선생님이 한참 술을 드시더니 날 보면서 내일 올라갈 차의 자리가 부족하니 넌 버스를 타고 올라오라 했다.  분명 자리가 있었다.  분명 날 고생시키려 함이 분명했다.  그래서 선생님이나 버스 타고 가시라고 했다. 

말턴 때 응급실을 돌면서 r/o acute stroke 환자가 들어왔는데 VIP라며 내과 교수님이 데려와 손을 꼬옥 잡아 주시고 대화를 나누신 후 청진을 시작하셨다.  참다 못한 내가 교수님을 냅다 옆으로 밀어내고 신경과적 검사를 한 후 CT 오더 내리고 바로 신경과를 불렀다.  급한 불을 끄고 교수님이 응급실 밖으로 날 불렀다.  눈빛을 보아하니.  이걸 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심하시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생각했다.  차라리 때려라.  나중에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이 남자였음 분명 맞았을 거라 했다.  워낙 레지던트 때리기로 유명하신 교수님이셨다. 

미국에 와서는 별로 큰 사고를 친 것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또 내가 날카로워 지는 것 같다.  한국인으로 기본적으로 내 윗사람이면 우선은 모셔준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아는 것은 없으면서 윗사람이란 이유로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양보란 없다. 

한국에 비해 미국이란 환경이 일을 하기 쉽다고 인식되는 경우가 있는데, 내 3년간의 경험상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무능한 윗사람도 당연히 있고, 나이가 차면 승진하는 경우도 많고, 남자라고 여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있다.  직원들이 상사들을 평가하기 하지만 정말 큰 문제가 아닐경우 실제적으로 반영되는 경우도 많이 없는 것 같다.  또 직장이 마음에 안 들지만 꾹 참고 견디는 사람들도 꽤 많다. 

지금 같이 일하는 상사 중 내가 한 일을 꼭 자기가 한 일인 마냥 credit을 가져가는 사람이 있어서 오늘 해 줄 일은 다 해주고 말했다.  내가 널 위해 뒷배경에서 일하는 건 괜찮은데, 네가 날 제대로 인정 안 해 줘서 사람들이 왜 더 이상 내가 그 프로젝트를 안 하냐고 물어보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속이 시원했다. 

한국처럼 억지로 술 먹이고 상사가 소리지르고 할 일 다 했는데 집에 못 가는 일은 없어도 미국 회사들에서도 다른 건 다 존재하는 것 같다.  내가 당당히 내 권리를 주장했을 때 어떻게 되는 지는 두고 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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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0 10:38 2011/05/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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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 Lobbyist, 정치 maybe?

의대를 다니면서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전공을 정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전공을 딱 집어내기 보다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도저히 맞지 않는 전공을 배제해 나아가고 결국 남게 되는 몇 개 과목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내 경우 애당초 임상을 배제 함과 동시에 법을 선택했고, 수많은 법 중에서도 의료와 관련된 비지니스적인 법을 선택했으므로 커리어적으로 선택을 해야하는 폭이 매우 좁아 졌다 여겼었다.  Boy was I wrong.

법을 전공할 경우 열 수 있는 문은 수없이 많다.  로펌만 해도 대형, 중형, 소형 로펌이 존재하고, 미국, 유럽, 아시아와 같이 다양한 곳에서 일 할 수 있다.  또 로펌이 아닌 컨설팅 회사에서도 근무할 수 있고, 병원, 제약회사, 의료기기 회사 등에서도 일 할 수 있고, 공무원으로도 일 할 수 있으며, 법관이 되기도 하고 입법을 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정책에 참여하거나 정치를 할 수도 있고, 여기에 약간의 영리를 추가하면 로비를 할 수도 있다. 

헐떡이며 보낸 지난 열흘을 바탕으로 로비와 정치는 내 향후 커리어에서 배제한 것 같다. 이런 걸 딱 집어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힘든 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즐겁지 않다는 것? 물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고 소위말해 이길 때는 날아갈 듯 좋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 up hill battle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내가 너무 힘들어 지는 것 같다. 또 정치 세계에선 나름 전략이 필요하고 외교적인 능력이 필요한데. 난 매우 직설적이고 (왠만한 미국 사람 저리가라 한다) 흑과 백이 분명한 경우가 많아서 전략을 세우고 외교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다가는 답답해서 미쳐 버릴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보스에게도 더 이상 나는 왠만하면 로비 쪽으로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헸다. 아마 펠로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말 할 수 있는 여유와 luxury가 있는 것이겠지. 이제 펠로쉽도 3달 밖에 안 남았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배운 것만으로도 매우 큰 성과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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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4 05:55 2011/05/0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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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in the real world

새벽 3시 반. DC행 6시 비행기를 놓칠까 걱정 돼 몇 시간 째 잠을 설치다 일어나 샤워를 했다. 에스프레소 두 잔을 넘기고 졸린 눈을 비비며 공항에 도착해 차를 주차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내가 쓴 법안을 대법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단 생각에 관련 법 문서를 뒤지며 한 시간 반의 비행을 마쳤다.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한 대법원. 성지순례자의 마음이 이럴 것이다.

7:30 밖에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줄이 길게 서 있었고 받은 번호표는 85번. 9:30 입장이니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고 이내 앞뒤 사람들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미시건에서 휴가 차 놀러온 엄마와 아들, 그리고 알고보니 탄원을 한 버몬트 주의 oral argument를 맡은 검사의 친구와 그의 딸이었다.

미시건 아줌마는 내가 대화하기 좋아하는 천재 시골 아줌마였다. 종종 듣도 보지도 못한 시골에 사는 아줌마들 중 평소 출중한 독서 실력을 바탕으로 바깥 세상과 의사소통을 하는 분들이 있다. 그냥 보기엔 정말 수수한 차림이고 겸손함과 배려가 몸에 베어 있어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바다와도 같은 넓은 이해력과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 이 분은 대법원 법관들이 누구인지, 성향이 어떤지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내가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해 달라 부탁을 했다. 설명을 하고 있자니 10살짜리 아들이 대법원까지 온 헌법적인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다. 발언의 자유 (freedom of speech)리고 답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왜 이런 사람들이 더 바깥 세상에서 일을 하지 않는 지 궁금해 졌다.  약 6시간 후 어느 정도 알겠다 싶었다.

반대로 검사 친구인 뉴저지 아줌마는 화려하고 피부도 뽀야신게 정기적으로 마사지 등의 관람을 받으시는 것이 분명했다. 이 분은 왜 검사의 친구인 자신이 우리와 같은 평민들의 줄을 서 있어야 하는지 설명을 한다.  나랑 친해졌다 싶었는지, 자신이 한 달에 몇 번씩 맨하탄에 가는데, 더 이상 도시에 "너와 나" 같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 한다.  "너와 나" 같이 영어를 하는 미국인들이 없다고.  그는 이민자들을 통틀어 싸잡아 얘기한 것이고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내 뭍는다.  넌 어디서 왔냐고.  한국에서 왔다 했다.  뭐라 생각했을까.

이내 20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줄에 합류했고 우리 옆에는 로스쿨 학생임이 분명한 검은 양복 차림의 사람들이 때를 지어 먼저 입장한다. 9:30. 35번까지 입장을 마친 후 만석이 됐다. 나머지 200명은 한 시간 oral argument 중 일부를 5분 동안 들을 수 있는 자리로 안내됐다. 속이 상하긴 했지만. 대법원 사건을 듣고자 몇 시간씩 줄을 서고도 못 들을 정도로 대법원이 "인기"가 있다는 사실에 일반인들의 법에 대한 관심에 더 놀랐다. 휴가로 DC까지 와서 대법원에 "관광"을 오다니.  나는 서울 어디에 대법원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Security 두 곳을 지나고 조심스럽게 안내되어 들어간 court 안. 사진에서만 봤던 대법관들이 반원본 모양으로 둘러 앉아 한참 버몬트 검사와 논쟁 중이다. 아니다. 30초만에 논쟁이 아닌 검사의 피말리는 방어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법관들은 돌아가며 검사에게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답변이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당신이 하는 말을 못 알아 듣겠다고 잘라 버린다. 검사는 5분 내내 절절맸고 진 싸움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미시건 아줌마는 함께 나오며 넌지시 "검사가 고생하더라" 말을 한다.

법원을 나오니 10:40. 보스턴에서 4시 회의를 위해 1:30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시간이 꽤 남는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20도 안팍의 날씨와. Capitol Hill!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봄을 맞아 사방에서 풀을 깎는데 풀 내음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걷다보니 국회다. 저 건너편에는 Washington Monument. 어느새 스미소니언을 지나 모뉴먼트 앞에 서 있다. 시원한 봄 바람을 맞으며 백악관의 꼭대기를 바라본다.

정신을 차리고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시간 3:42분.  핸드폰을 켜자마자 수없는 이메일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내가 관리하던 법안 중 하나가 내가 비행기에 타고 있던 단 2시간만에 날치기 통과됐다.  128:22.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아니, 난 손가락 하나 들어보지 못하고 그대로 당했다. 

4시 회의가 끝난 5시.  하루종일 지기만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머리와 마음이 온통 아프다.  새벽 4시에 일어난 몸이 가장 온전하다.  미시건 아줌마 같은 머리가 똑똑한 사람들은 참 많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싸우고 지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것이 차이일 것이라 생각한다.  괜시리 아줌마가 비겁해 진다.  정치인들이 밉다.  나도 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기 싫다. 

교수님 한 분께 이메일을 보냈다.  왜 이런건 로스쿨에서 안 가르쳐 주냐고.  첫 환자의 임종을 맞이 했을 때 어떻게 느낄지, 그 자괴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 가르쳐 주는 의대를 원망했던 때랑 비슷한 느낌이다.  다 가르쳐 줄 수 없겠지.  알아서 몸으로 부딫혀 배워야 하는 거겠지.  하지만 원망할 대상이 필요하니까.

잠이 안 온다.  내일은 대체 또 어떤 전쟁을 치뤄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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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7 11:24 2011/04/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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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윤 2011/04/29 00:18 # M/D Reply Permalink

    누나도 힘내세요. 저도 힘내고.

    1. Jekkie 2011/04/30 03:30 # M/D Permalink

      빨리 40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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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끔.

세상이 날 향해 너무 빨리 다가와.

뭐든 빨아 마시려고 입을 벌리고 있는 내게 휘몰아 치는 폭풍과 같은 바람처럼.

내가 들이마실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른.

내가 들이마실 수 있는 것 이상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공기가 폐에 차버리면.

난 숨이 멈춰.

무릎을 꿇어.

순간.

그만 싸우면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지는게 싫어.

그냥 힘있는 자들의 앞잡이나 하며 살면 되지 않을까 싶어.

근데 이런 생각하는 게 지는거야.

그래서 횡경막이 찢어지도록 다시 숨을 쉬어.

툭툭 털고 일어나.

그럼 또 시작이야.

난 지는게 싫어.

Posted by Jekkie

2011/04/27 06:19 2011/04/2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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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한 이 주 여유롭게 논문도 읽고 신문도 읽고 일찍 퇴근도 해 봤는데.  주 예산 일이 시작되면서 다시 바뻐졌다.  차라리 바쁜게 난 좋다.  편두통이 자꾸만 생겨 속이 울렁거리고 눈에서 레이져가 나온다.  회사에 다른 편두통 환자랑 매일 증상을 나눈다. 그래도 바쁜게 좋다.

취업비자가 나왔다.  안 나왔으면 4월 24일 현재 학생 비자가 만료되고 60일 내에 출국해야 했다.  안 될 것 같진 않았지만, 과거 한 참 경기가 좋던 2007, 2008년에는 취업비자 수보다 지원자가 훨씬 더 많아서 비자를 복권처럼 당첨으로 나눠주곤 했다.  웃기는 일이다.  2009년부터는 급속도로 안 좋아진 경기가 그대로 반영됐고, 특히나 외국인 고용을 많이하던 금융계가 전반적인 채용을 멈추고 외국인들은 아얘 뽑지 않기 시작하면서 비자가 남아 돌기 시작했다.  2012년 비자 캡은 여기서 확인. 

주말에 의대 친구들을 만난다.  2003년 졸업 후 8년 만에 처음보는 친구도 있어 나름 미니 동문회 같다.


Posted by Jekkie

2011/04/21 12:27 2011/04/2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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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f those days

좋은 날이 있으면 힘든 날도 있는 법. 

요즘 자꾸만 새벽 6시 반(나한테는 새벽)이면 눈이 떠진다.  보통은 조금 뒤척이다 한 시간 정도 더 선잠을 자곤 힘들게 일어나는데, 오늘은 오빠가 매일하는 새벽 수영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수영장으로 향했다.  어렸을 때 수영을 배웠으니 물에 들어가면 머리를 쓰지 않아도 알아서 몸이 움직여 준다.  하지만 거의 일 년 반 동안 고기를 먹지 않았고 수영을 몇 년 쉰 것 때문인지 근육들이 몇 바퀴만 돌면 이내 축축 늘어진다.  힘겹게, 숨차게 30분 수영을 마치고 집에 와서 씻고 출근.  상쾌하다고 하고 싶지만 그냥 안 하던 걸 했다는 뿌듯함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오전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빠 미국 주 의사면허 원서 배송 확인.  잘 보냈다고 보냈는데, 지난 토요일 배송 시도가 이뤄졌고 토요일에는 주 의사면허 기관이 일을 하지 않으니 아무도 우편물을 받을 사람이 없었던 관계로 미배송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원서를 보낸 South Carolina Medical Board에서는 미배송의 경우 알아서 다시 배송이 되어야지 자신들이 찾으러 가진 않는다고 하고, 우체국에선 Medical Board에서 알아서 찾으러 와야 한다고 하니 내가 환장할 노릇이다. 

실갱이를 하다보니 회의 시간.  매사추세츠 주 검사팀, 의료보험관리팀, 환자권익팀이 모이는 회의인데 회의 초반에 내가 말한 무엇이 심기를 건드렸는지 회의를 주최하는 의료보험관리팀 직원이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삐딱하다.  내 직원이었으면 한 대 쥐어 박고 싶다.  게다가 지난 4개월 동안 우리가 모두 사용할 문서를 준비하는 줄 알고 열심히 일 했는데, 이제 와서는 쓰던 말던 각자 기관이 알아서 하란다.  그럼 내가 뭣하러 그리 열심히 했겠느냐. 

힘이 빠져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인턴은 일을 달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고 (힘들게 집에 오면 밥 달라는 아이가 이렇겠구나 싶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아직도 히터가 나오고 있는 사무실은 찜질방이었고, 오빠 원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집에 오는 길에 집앞 빵집에 들러 빵과 과자를 사 먹으며 돌아왔다.  설탕으로 순간적으로나마 해결 안되는 문제는 없다.  집에 와서는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 놓고 (아!  드디어 봄이다!) 집앞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과 지는 해를 바라보며 마신 맥주 한 잔.  설탕과 맥주로 순간적으로나마 해결 안되는 문제는 없다. 

내일은 좋은 하루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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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2 09:28 2011/04/1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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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짱 2011/04/20 14:31 # M/D Reply Permalink

    내일은 좋은 하루가 되길!
    ^0^*

    화이팅 화이팅!!

    1. Jekkie 2011/04/21 00:53 # M/D Permalink

      소짱이 오면 좋은 날이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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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가다 (이번엔 진짜로!)

비록 대법원에 제출된 글 작업을 하다가 중단해야 했고 내 이름이 오르지 못 했지만.

4월 26일.  연방 대법원 argument를 보러 하루 휴가를 받아서 DC에 간다.  내 돈 내고 가는 거고, 내 시간을 쪼개서 가는 거고, 새벽 6시에 갔다가 보스턴에서 오후 4시 미팅에 참여하러 바로 다시 날아와야 하지만.  내가 상정한 법안이 합헌인지 위헌인지가 결정되는 순간을 직접 목격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생전 처음 콘서트 가는 느낌?  I'm such a n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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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7 08:05 2011/04/0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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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rative Effectiveness

지난 10년 동안 의학 연구의 중심에는 evidence-based medicine이 있었다면, 향후 10년 간은 comparative effective가 그 중심에 서야 할 것이다.

FDA의 승인이 난 약은 모두 evidence-based이다.  즉, 효과가 있고 사회적으로 용납할 만한 해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 약이다.  이제 문제는 의료 비용이다.  2-3개월, 그것도 중환자실에서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1억짜리 약이 과연 좋은 것인가?  약으로 조절되는 것과 별반 다른 효과가 없는 수술이 필요한 것인가?  이는 단순히 의학적 증거 이상의 문제이다.  즉, 의학적 증거가 있는 치료법 중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comparative effectiveness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라는 국가기관에서 이 comparative effectiveness를 연구 해 왔고 이제는 그 실용 단계에 접어 들고 있다. 

최근 매사추세츠를 포함한 뉴잉글랜드 지역에 이 comparative effectiveness를 널리 퍼뜨리고자 하버드 계열 병원인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의 연구기관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이 기관의 advisory board (자문위원회)와 최종 조언을 하는 Public Advisory Council에 앉게 됐다.  NEJM 에디터 선생님과 나란히 이름이 올라갔다...  이젠 머리가 굵었다고 선생님 하시는 말씀에 반대하는 생각도 많이 해서 감히 반박을 해야 하면 얼마나 심장이 두근거릴 지 생각하면 벌써 어질어질 하다. 

의사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닌, 환자들도 동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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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6 10:56 2011/04/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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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윤 2011/04/08 02:36 # M/D Reply Permalink

    딴지는 아니고 약으로 조절되는 것과 별반 다른 효과가 없는 수술이 필요한 것인가는 너무 훅 넘어가는게 아닐까요? 수술에서 시술 정도(ex. CABG -> STENT) 아닐지. 아직 수술을 대체할 약은 선택의 폭이 극히 적은 것 같아서요. 그리고 수술에서 약이나 시술로의 전환은 evidence-based medicine 같아서.

    얼마전에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로봇 수술에 대해 의문은 제기하신 교수님이 계셨는데 로봇 수술이 비보험 등의 외적이 요소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이루어진다는 지적이었죠. 인구당, 환자당 케이스가 미국보다 많았을 듯. 여튼 저런 내용들이 저 컨셉이겠네요.

    허나 jokbo-based medicine 도 벅찬 1인. ㅋㅋ

    꼬랑지 : 관련 글들 찾다 보니 공자(?), 장자(?) 인용한 PPT도 있어서 웃었음.

    1. Jekkie 2011/04/08 04:12 # M/D Permalink

      딴지 걸어도 돼. 내 업이 딴지 거는 건데 뭐.

      훅 넘어가는 거 아냐, A-Fib, lower back pain 등 생각 보다 많아.
      http://www.icer-review.org/index.php/a-fib-appraisal-1209.html

      Comparative effectiveness는 치료 방법을 수술이나 약물로 나눠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holistic하게 존재하는 모든 치료 방법을 바라보는 거야. Evidence-based medicine은 그 정의상 그 치료방법에 대한 증거가 있느냐 없느냐를 보는거고, 그 정의상에선 약물과 수술 모두 증거가 있을 수 있지. Comparative effectiveness는 그 모든 증거 있는 치료 방법 중 어떤게 가장 quality and cost effective 한 지를 보는 거지.

      아직 미국에서도 의사들 사이에 유행하는 컨셉이 아님. 환자, 의사 모두의 공감을 얻는 과정이 내가 하는 거야.

      족보-based medicine이 꼭 가장 좋은 medicine임이 아님을 깨닫고 있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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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ness Programs 웰네스 프로그램

비만과 흡연 등은 의료비용 증가의 원인이자 고용주 입장에선 lost productivity의 원인이다.  그렇다면 비만과 흡연을 줄이면 된다는 것이 Wellness Program의 기본 정신이다. 

웰네스 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위해선 미국의 의료 보험 체계를 이해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이란 국가 보험이 국민 전체를 커버해 주고 있는 반면, 미국의 노동인력 대다수는 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이런 사보험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절반 정도는 직원을 하나의 pool로 만들어 회사 자체가 보험회사 역할을 한다.  즉, 노동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보험을 work benefit (직장 혜택)으로 제공함으로써 고용주 입장에선 cherry picking(의료비용이 적게 드는 건강한 사람들만을 인위적으로 보험하여 그 비용을 낮추는 행위)을 할 수 있고, 건강한 직원들은 고비용 환자들과 동일한 보험 pool에 들지 않음으로써 개인의 의료보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직장 사보험의 경우 가능한 직원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의료비용만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직원이 병원에 가기 위해 사용하는 병가, 병가로 빠진 직원의 일을 보강하는 비용 등의 생산성과 관련된 간접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대형 직장에선 직원 건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으니, 이 것이 웰네스 프로그램의 시초이다. 

웰네스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정해진 것은 없다.  헬스장 할인원, 금연 강의나 니코틴 패치 할인권을 제공해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직원들에게 만보기를 나눠주거나 사내식당을 운영할 경우 건강에 좋은 음식은 추가로 할인해 주는 방식까지 다양하다.

약 20년전부터 대형 고용주들이 실험하기 시작한 이 웰네스 프로그램이 요즘 대세이다.  작년에는 의료개혁법안에 포함되어 이제는 법제화 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의료개혁법안에서는 웰네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여 실제로 건강이 증진되는 경우 의료보험 비용을 최대 50%까지 할인 해 줄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줬다.

문제는 웰네스 프로그램이 과연 실제로 얼마나 개개인의 건강증진 촉진하고 이 과정에서 의료비용을 감소 시킬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즉, 직원에게 헬스장을 할인 해 줄 경우 결과적으로 이러한 직원의 생산성이 얼마나 증가하고 의료 지출이 얼마나 감소할 지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없다.  생각해 보면 초반에는 추가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이므로 비용이 오히려 증가될 수 밖에 없다.  즉, 누군가가 만보기를 사서 돌려야 하고, 누군가가 이 웰네스 프로그램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보험 할인 혜택은 시행 초기부터 하게 된다.  그럼 이 증가된 의료 비용은 누가 흡수하느냐이고, 잘못하면 개개인의 의료보험자 또는 직원이어야 한다. 특히 웰네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료보험료 증가가 불가피하다.  이는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한 개인에게 페널티를 주는 것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알다시피, 특히 미국에서 비만이나 흡연은 개인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환경과 유전 등 다양한 원인이 그 배경이다.  하루에 꼬박 12시간 이상을 일해야 기본 임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돈이 없어, 주변에 변변한 식료품 가게가 없어 패스트푸드로 연명하는 사람들에게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지 않고 비만하다는 이유로 의료보험료를 더 내라고 하는 것 처럼 불공평한 정책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법에 대한 조례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더 지켜 봐야 하겠지만, 눈 여겨 봐야하는 정책이라 생각한다. 

이건 내가 연방의료개혁기관에 guest blog로 올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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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6 10:13 2011/04/0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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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뭔가 잘 하고 있다고 느낄 때

학생 때 처럼 성적표를 받는 것도 아니고, 세일즈를 하는 사람도 아니니 판매실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수도 아니니 논문이 쌓이는 것도 아니고, 수 십억씩 로펌에 돈을 벌어오는 파트너도 아니고.  난 아직 새내기 변호사일 뿐이다.

내가 요즘 그래도 뭔가 잘 하고 있다고 느낄 땐 사람들이 내게 불쑥 이메일을 보내서 keep in touch라고 할 때다.

지난 주말에는 내가 인터뷰를 했던 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이 의료거래 수업을 듣고 있는데 우리 로펌에 실습 수업을 갔다가 파트너랑 교수가 내 칭찬을 하더라, 그래서 자신도 나를 안다고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잘 있는지 궁금하다라는 이메일이었다.  오늘은 예전에 수업을 듣던 교수가 로펌에 가서도 계속 연락을 하라며 불쑥 연락을 해 왔다.  다른 교수 한 명은 나를 처음 만났을 땐 날 거들떠 보지도 않던 잘나가던 로펌 파트너 경력의 소유자인데 이제는 나와 대화를 시도하려 할 뿐만 아니라 정말 내가 봐도 초보적인 질문을 해도 1시간이면 답변을 해 준다.  그것도 5 문장 이상의 full sentence로....   

예전에는 내가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 애를 썼다면, 이젠 사람들이 나를 네트워킹의 목표물로 삼고 있단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기분이 좋기도 하고 씁씁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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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12:37 2011/04/0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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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우엄마 2011/04/05 22:27 # M/D Reply Permalink

    좋았으 ~ ^^

    1. Jekkie 2011/04/06 10:19 # M/D Permalink

      :)

  2. ssoo 2011/04/28 17:46 # M/D Reply Permalink

    넌 학생때도 network 의 core 에 있었어.
    그게 당신 복이야~~

    1. Jekkie 2011/04/28 23:11 # M/D Permalink

      진짜? 난 왜 기억이 없지? 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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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인턴 때부터 시작해 벌써 거의 2년을 함께한 보스가.  내일 회사를 떠난다.  그만 둔다는 사실은 약 3주 전에 알았는데, denial, 두려움, 해방감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이제 조금씩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예전에 내 첫 비의사 보스이자 내 최악으로 기억될 보스가 나에게 한 말이 있다.  "세상은 너 없어도 돌아가."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인데 왜 그 때는 그렇게 마음 상하고 악으로 버텨야 겠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보스도 조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고 그래서 퇴사를 하는데 3주란 정리 기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리가 다 되고 모든 일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나면.  계속 진행돼야 할 일은 진행되고 없어져야 할 일은 알아서 소진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보스의 일을 그대로 떠맡아 할 것인지 나만의 분야를 개척할 것인지의 기로에 놓였었다.  결론적으로 난 나고 보스는 보스다.  그래서 난 나만의 길을 찾기로 했다.  저 번 주의 만난 교수님은 너만의 legacy를 만들라고 하셨지만, 뭐 legacy까지 만들고 싶지는 않고 (만들 수도 없고), 그냥 나중에 내가 한 일!이란 정도의 기억만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내가 상정한 법안의 의회 공청회가 10월로 잡혀 버렸다.  이미 로펌으로 돌아가 있을테고 그럼 반대편에 서야 해서 (제약회사가 클라이언트일테니) 내가 공청회에 참여할 수가 없게 됐다.  8월에 퇴사하기 전에 공청회용 문서나 준비해야 겠다.

현재 나의 최대 관심사는 conflicts of interest이다.  의료에서 이익 충돌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의사가 자신이 개발한 약을 환자에게 처방할 경우 약을 통한 수익과 환자 진료를 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이 개발한 약이 환자에게 최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약을 통한 이익을 위해 약을 처방하는 경우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할 수 있게 되므로 이익 충돌이 발생한다.  의사들이 교육적 목적 외에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에서 후원하는 식사를 하거나 학회를 가는 것도 이익 충돌이 될 수 있다.  그 돈은 결국 환자의 주머니에서 약제비 또는 기기비용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익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이익이 충돌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충돌되는 이해관계를 모두 환자에게 이야기 해 주고 환자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후자는 임상시험에서 흔히 발생하는 상황이다.  임상시험을 하는 의사들은 시험비용을 받게 되는데 이 시험비용을 환자에게 말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이익 충돌이다.  그러므로 현대 임상시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에게 시험자의 경제적 이득을 설명하고 이런 경제적 이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을 권유하는 이유는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만약 모든 정보를 습득하고 인지한 환자가 그래도 시험에 참여하겠다고 할 경우 이익 충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제약회사나 기기회사에서 후원하는 저녁식사나 여행 비용을 공공기관에 신고하고 정보를 공개할 경우 이익 충돌이 완화된다.  이를 disclosure이라 한다.

현재 메사추세츠에는 이미 교육, 의료나 연구 외의 목적으로 의료인에게 음식, 펜, 포스트잇 등 모든 gift를 제공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교육목적으로 제공하는 비용 등은 disclose를 하도록 되어 있다.  작년에 통과한 연방법에는 금품을 위법으로 하고 있진 않지만 금품 제공을 할 경우 disclose해야 하는 의무를 새롭게 규정하고 있어 현재 그 규정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건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하는 것이다.

내가 일하고자 하는 또 한가지는 academic detailing이다.  기존 제약회사들이 교육을 빌미로 의사들에게 편파적인 마케팅에 대항하여 객관적인 자료 의사가 의사를 교육하는 제도이다.

물론.  의료개혁을 빼 놓을 수 없다.  새롭게 개척되는 의료 시스템 개발에 대해 배울 것이고 이 과정에선 내가 힘을 쓰기보단 변화를 배우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사로써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하게 된 것은.  Comparative effectiveness 일이다.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의료의 비용-효과 대비이다.  오늘 뉴욕타임즈를 포함한 대부분의 신문에는 미국의 노령인구 보험인 메디케어에서 치료 비용으로 약 1억이 드는 약제를 보험에 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났다.  이 약이 논란이 됐던 이유는 그 비용 뿐만 아니라 그 효과적 측면에서였다.  약을 먹은 사람들은 안 먹은 사람들에 비해 생존률이 약 4개월 증가한다.  이 4개월은 4개월 뿐일 수도 있고, 4개월 씩이나 일 수도 있다.  2개월만 더 살면 손자가 태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 1억이란 비용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4개월을 침대에서 힘들게만 보내야 하는 사람들에겐 큰 의미가 없는 약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의료보험에서 커버를 해 주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을 먹지 못하게 된다는 것과 이 사람들의 4개월을 위해 보험제정에서 1인당 약 1억이란 돈이 든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비교하는 것이 comparative effectiveness이다. 

현재 하버드에서 이 comparative effectiveness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데, 여기에 board와 council에 멤버로 앉게 됐다.  교수도 아니고 대가도 아닌 내가 참여해 달라고 제안을 받은 이유는 환자 중심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난 단순히 4개월이나 1억을 숫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고민할 수 있기 때문에라고.  나머지 분들은 20-30년차 의사들과 교수들인데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바들바들 떨린다.  하지만 내가 자랑스럽고 또 안타까운 것은 이거다.  난 국적은 한국인이다.  이러한 개혁적인 과정에 한국인 국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다.  하지만 이런 내가 한국에서는 한국인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 때문에 배척 당할 수 있단 생각이 들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남은 5개월.  더 많이 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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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1 12:32 2011/04/0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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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soo 2011/04/03 21:18 # M/D Reply Permalink

    동의!

    1. Jekkie 2011/04/04 08:14 # M/D Permalink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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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 WHO

엊그저께 수정이랑 통화하면서 다시금 느낀건데, 내가 어떤 의견을 제시하면 더 이상 객관적인 정보나 나만의 주관적인 생각이 아닌 한국을 미국에 비교하는 행위로 비춰진다는 것을 깨닳았다.  문제는 나는 전혀 비교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는 것.  어느 정도 국제 정서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사실상 한 국가를 다른 국가에 비교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미국 정서 자체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강하다.  하지만 한국 정서상 항상 뭐든 비교하려하고 바깥 세상을 바라보려 하는 것도 이해한다.

국가적 비교가 불가능 한 이유는 위에서 말한 국가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서 매우 훌륭한 결과를 나타낸 정책도 다른 국가에서는 완전히 실패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나름 돌아가고 있는 국가 의료보험은 현재 정서와 정치 환경상 절대로 미국에서는 성공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비교하는 것이 본능인 것 같다.  새로운 정보를 처음부터 습득하기 보단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비춰보면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의료에 있어 비교할만한 잣대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봤다.  한국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WHO와 OECD 정보는 미국에서는 공신력이 많이 떨어지고 활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WHO의 경우 최근 들어 리더쉽이 부족하고 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생각을 오늘 아침에 했는데, 오늘 JAMA에 바로 아티클이 실렸다.  2저자인 Larry Gostin 교수님은 공중보건의 대가이시다.

결론적으로 WHO의 리더쉽 부재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예전에 WHO 같은 UN 기관에서 일 해 봐도 좋을 것이란 생각을 했는데, 가면 갈 수록 실망이 크다.  WHO는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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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1 02:46 2011/03/31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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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soo 2011/04/03 21:16 # M/D Reply Permalink

    비교가 있어야 발전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긍정적인 방향이냐 부정적인 방향이냐가 문제겠지만.
    열심히 최대한 balance 를 잡고 서있고자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이 물에 있다보면 휩쓸리게 되는 것 같아.

    1. Jekkie 2011/04/04 08:14 # M/D Permalink

      음... 비교를 해서 발전이 있을 순 있어도 꼭 비교만을 통해 발전을 하는 건 아닌 듯. 개척이란 것이 있잖냐. 내가 하는 일은 누가 기존에 했던 일도 아니고 내가 알아서 개척하는 것이고, Steve Jobs나 Bill Gates, Google, FB, 미국의 의료 개혁 진행 방향도 어디에 비교해서 태어난 것이라기 보단 개척을 통해 개발된 거니까. 미국은 워낙 미대륙에서 개척을 통해 일어섰던 나라니까 개척 정신이 강하고 비교라는 것을 싫어하는 듯. 나도 비교하는 건 별로. 우선 난 나고 넌 너고. 한 국가는 한 국가이고 다른 국가는 다른 국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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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가기

내가 바람에 날아갈 정도의 바람이 부는 보스턴 (그나마 시카고 보단 낫다).

꼭 바람이 불면 눈이나 비가 몰아친다.

그냥 바람만 불면 심심하니까.

가끔, 내 생활이 몰아치는 눈바람, 비바람에 맞서 싸우는 느낌이다.

앞으로 나아가기는 커녕, 휩쓸려 가지만이라도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하는.

그냥 바람부는 대로 가면 편할 것을.

Posted by Jekkie

2011/03/29 12:55 2011/03/2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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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난 연예인들을 잘 모른다. 별로 대중 문화에 관심이 없다. 내 세계에서 스타는 내가 종사하는 직종에서 이름을 널리 떨치는 분들이다. 매우 nerdy한 것이지만, 난 친구들과 대법원 판사들에 대해 수다 떠는 걸 너무 좋아한다.

지난 금요일 교수님 한 분을 뵈었다. 아직 한국에선 전혀 알려지지 않은 academic detailing의 창시자 뻘 되신다. Academic detailing이란 기존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팔기 위해 교육이란 명목하에 의사들에게 마케팅을 하는 것에 대항하는 교육 방식이다. 즉, 특정 회사 직원은 자신들의 제품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한다면 academic detailer들은 존재하는 모든 문헌을 바탕으로 어떤 치료방법이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고 이를 의사들에게 전수한다.

내가 만난 교수님은 평생을 이 academic detailing에 쏟아 부으신 분이다. 책도 쓰셨고 현재 대법원까지 올라 가 있는 사건과 관련 사건 모두에서 전문가 증인으로 참여 하셨다.

회의 내용은 private 한거니까 그렇다 치고, 내가 마지막에 개인적인 질문 한 개를 준비해 갔다. 제약회사와 같은 industry와 의사들 간의 관계는 돈독하다. 하지만 난 이 관계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미국 의사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의사들 중에는 industry와의 관계를 당연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난 이런 의사들과 있으면 이러한 관계가 옳지하다는 생각에 울컥하고 내 생각을 말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자존심이 센 의사들은 나에게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나는 평생 의사들과 전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고 오빠가 레지던트를 하고 미국에서 의사를 하는 마당에 의사들과 보내야 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어린 후배 의사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쭤 봤다.

교수님 얼굴 표정은 "네가 무슨 얘기하는 지 알겠다"였고 두 가지 조언을 해 주셨다.

1. Don't be flamy.
무슨 말을 할 때 너무 감정적으로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아무리 옳은 얘기여도 듣지 않는다. 가능한 객관적으로 차분하게 말 해라.  아... 네가 flamy 하다는 건 전혀 아니다. (아닙니다, 전 flamy 해요...)

2. Pick your fights.
모든 싸움을 이길 수는 없다.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 이겨라. 그리고...  남편 동료들을 만났을 땐...  Think about something else...


마지막으로 대형로펌에서 행복해 할 사람으로 안 보이니 2-3년 정도 일 배우고 나오라는 side note까지. 

하지만 교수님과 나의 차이도 어느 정도 인식했다. 교수님께 세상은 good guys와 bad guys로 나뉘고 꼭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good guys 편에 서야 한다.  내 세상에도 good과 bad는 존재하지만, 난 많은 bad는 ignorance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법과 관련 윤리를 더 많이 아는 변호사로써 클라이언트들이 가장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사업적 결정을 하도록 돕고 싶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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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8 01:11 2011/03/2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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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n-Kyu 2011/03/29 01:06 # M/D Reply Permalink

    미국 법 관련 싸이트를 찾다가 우연히 들어왔습니다. 지금 글은 참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네요. 저도 ignorant의 문제라고 보지만, stubborn한 ignorant는 bad와 가깝지 않나... 라고 생각도 듭니다.

    1. Jekkie 2011/03/29 04:44 # M/D Permalink

      :) 반갑습니다. 생각을 해 봤는데... stubborn하다는 건 이미 insight가 있다는 거고, insight가 있는 건 더 이상 ignorant한게 아니까, stubborn 한 거 자체가 bad 일 수는 있겠네요. Grey zone이 더 많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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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만들기

일반인들은 알게 모르게 정책은 매일 만들어지고 있고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 정책을 형성하려 하는 사람들은 매일 전투를 벌인다.  사람들은 우리 편과 남의 편을 가르고 가능한 여럿이 모여 대항하려 한다.  하지만 우리 편과 남의 편이 확연히 존재하는 실제 전쟁과는 달리 정책의 세계에선 오늘의 우리 편이 내일의 남의 편이 될 수 있고, 막상 적 조차 확실치 않다.

의료개혁 일을 하면서 연방 정부에 의견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 같은 경우 연방의료개혁과 관련된 새로운 규정 제정을 위한 토론에 참여했다. 

Conflicts of interest란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다양한 이익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이익에 충돌이 있을 경우 발생한다.  예를들어, 의사들의 경우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환자 치료에 있어 자신이 개발한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환자 치료 외의 기기 판매 이익이 있게 되므로 이익 충돌이 발생한다.  더 큰 문제로는 증거를 바탕으로 한 의학 발전 (evidence-based medicine)에 있어 그 증거를 생성함에 이익 충돌이 있었을 경우 더 이상 그 증거의 객관성을 믿지 못 하게 된다.  예를들어, 모든 의학은 아카데믹 저널의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발전된다.  만약 아카데믹 저널에 실린 논문이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특정 이익단체의 이익을 위해 생성된 것이라면 의학 발전 자체에 문제가 있게 된다. 

Conflicts of interest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충돌이 발생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환자 또는 저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것이다.  환자를 치료할 때 자신이 개발한 약이나 기기를 사용할 경우 이를 설명하고 논문을 게재할 때 특정 기관의 연구비를 받았다는 내용을 쓰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해당 치료법이나 연구 결과가 객관적이라는 가정하에서이다. 

생각보다 간단한 개념이지만 실제로 의료에서 conflicts of interest와 violation은 왕왕 발생한다.  제약회사가 자신의 약 판매를 위해 논문 조금이라도 조작 할 경우 논문 그 어디에도 제약회사와 저자의 관계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그 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 법 상 이익 충돌을 사전에 신고하는 제도가 형성되고 있다.  연방 레벨에서는 개발 중이지만 개혁이 빠른 매사추세츠의 경우 이미 2008년에 법제화 된 제도이고 우리는 작년부터 신고된 내용이 공개됐다.  내 역할은 우리의 경험을 연방정부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연방정부의 토론은 꽤 멋있다.  전 미국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실제 워싱턴에서 회의를 하더라도 꼭 전화로 conference call을 한다.  질문이 있거나 할 얘기가 있으면 전화상으로 줄을 서게 되고 순서에 맞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한다.  물론 가끔 왜 저러나 싶은 얘기도 있고 싸움을 거나 싶기도 하지만 대부분 성숙한 토론 자세로 임한다.  아직도 시민단체를 대변하는 사람들을 얕보는 의사들도 있긴 하다.  오늘 자신이 surgeon이라고 밝힌 사람은 conflicts of interest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의 변호사가 말 했다며 왜 이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얘기를 시작했다.  내 마음 같아선 다른 변호사를 찾으라고 말 해주고 싶었다.  참고로.  Conflicts of interest는 환자에 대한 fiduciary duty를 어기는 것이므로 환자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기억도 나지 않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난 그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다. 

지 난 주에는 처음으로 주 레벨에서 정책 발표를 했다.  날 아직도 소심한 동양인으로 착각하는 우리 보스는 (이렇게 생각하도록 두는 것이 편하다)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왜 법정 변호사를 하지 않느냐 물었다.  힘드니까.  매일 이렇게 토론하고 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정말 에너지가 소진되는 힘든 일이니까.  정책을 만들기 위해선 진심으로 dedicate 되지 않아선 안 되는 것 같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일을 고개 숙이고 해 주는 로펌으로 돌아갈 때가 슬슬 다가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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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5 11:48 2011/03/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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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우리 엄마가 침샘이 부어 고생을 하셨다. 증상은 침샘이나 침관에 돌이 생긴 것인데 삼성병원에서 CT를 찍은 결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귀가 조치를 했다. 문제는 침샘이 계속 부엇다 가라 앉았다 하는 것.

엄마는 동네 이비인후과 병원을 찾아 가셨고 병원 의사는 손가락을 촉진을 한 후 암이라며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라고 하며 진료 의뢰서를 내어 주었다. CT상 멀쩡하다고 한 지 2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상식적으로, 의학적으로 악성 종양이 손으로 만져질만하게 2주 만에 크기는 힘들다.

놀란 엄마는 삼성병원으로 다시 내원, 암 같은 건 없고 침샘이 노화되어 그런 것이니 나중에 증상이 다시 생기면 오라는 얘기와 진통제를 받아 들고 집에 오셨다.  엄마는 왜 진통제를 받아 오셨는 지 잘 모르셨다.

해당 동네 병원 (대치동 김영기 이비인후과)에 전화를 했고, 수술방 간호사란 분은 우리 선생님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우리 엄마가 받아온 진료 의뢰서는 누가 작성한 것일까.



환자인 엄마를 전혀 보지 않은 딸이자 비임상 의사로써 내가 의사였다면 할 수 있는 설명은 상당히 많다.

돌은 빠질 수 있고 크기가 매우 작을 경우 CT를 찍었을 때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 증상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힘들 수 있는 것을 이해하므로 다음에 증상이 나타나면 기다리지 말고 바로 내원해라, 봐 주겠다.  2주 전에 CT를 찍었는데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도 내 임상 지식과 경험상 암이 의심되기도 한다, 왠만하면 CT를 찍은 병원에 가서 다시 확인을 해 봐라.  지금은 돌이 보이지 않아서 침습적으로 딱히 할 것이 없다, 이 진통제는 우선 통증을 조절하기 위한 응급처치이고 증상이 계속 될 경우 원인을 함께 찾아 보도록 하자.



한국 의사 뿐만 아니라 적어도 내가 아는 전 세계의 의사들은 낮은 수가, 환자를 보기엔 부족한 시간, 그리고 환자의 낮은 협조 등을 불만으로 얘기한다. 

의료 환경이나 시스템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단순히 수가를 높이거나, 설명을 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물게 한다 (설명 의무).

하지만 위와 같은 환자-의사 간의 의사소통 부재의 가장 큰 문제는 짧은 의사의 진료시간이나 낮은 수가 이상의 문제가 있다: 이는 환자의 patient literacy이다. 

의과대학만 6년, 그리고 이후 몇 년간의 수련을 받은 의사와 일반 환자 사이에는 어마 어마한 정보의 갭이 존재한다.  이는 환자가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어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높은 의학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의사가 의학 지식이 낮은 환자에게 의학 지식을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의학교육은 이러한 의사-환자 간의 의사소통에 대한 교육을 하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갈 수록 두꺼워 지는 의학 교과서들에 대한 지식만을 전달할 뿐, 어떻게 그 지식을 환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이해하는 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다음 질문은 그럼 과연 의사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교육해야 하느냐이다.

답은 Yes and No이다.

의사로써 환자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능력을 교육하는 것은 의과대학의 의무이다.  하지만 의사의 의무는 설명을 잘 하는 것이 아닌 환자를 가장 의학적으로 합당하게 치료하는 것이지 환자에게 복잡한 의학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의학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환자와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nurses, pharmacists, community health workers, social worker 들의 몫이다. 

현재 의학 전달 과정의 문제는 의료팀이 팀으로써 의료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보고 차트를 작성하면 간호사나 약사와 같이 오더를 받는 팀에서 다른 지시나 설명 없이 쓰여진 내용 만을 따를 뿐이다.  문제는 환자는 한 명의 인간이고, 인간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일한 처방을 하더라도 이유가 다를 수 있고 향후 치료계획이 다를 수 있다.  치료를 받는 환자는 당연히 왜 자신이 의사가 처방한 치료 방법을 따라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권한이 있다.  최근 유행어처럼 이야기 되는 personalized care는 유전자를 바탕으로 하는 복잡한 의료 뿐만 아니라, 환자 개개인을 인간으로 인정하고 인간으로 대우하는 의료체계를 포함해야 한다.

Patient literacy란 환자가 자신이 받고 있는 의료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한국 환자들의 patient literacy는 상당히 낮다.  미국도 아직 높은 편은 아니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literacy를 높이려는 노력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있어 왔고 그 효과가 어느정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 Patient Literacy)

Patient literacy를 위해 의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 하는 것 외에, 의사로써의 권한을 어느 정도 다른 의료 인력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의료 인력들과 팀으로 의료를 행하는 데에 익숙해 지는 것이다.  내가 병원에서 실습을 돌고 일을 할 때 난 왜 간호사나 약사들은 회진이나 case meeting 등에 참여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는 의사들의 배타적인 태도라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의료 인력들이 자기개발에 노력하지 않는 것도 매우 아쉬웠다.  동일한 의료진으로 받아 들여지기 위해선 함께 공부하고 함께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치 세계에서 일하면서 서로 다른 stakeholder들을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동상이몽이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배우고 있다.  NEJM을 조금 자세히 보는 사람이라면 에디터 중 동양인인 토마스 리 선생님을 알 것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내 우상이었고 1월 달에 하버드 세미나에서 만나서 대화를 했을 때는 몇 시간 동안 가슴이 두근 거렸다.  지난 주.  의료 개혁 모임에서 다시 만났는데.  Patient literacy를 위해 주에서 수집하는 quality data는 결국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의사들을 위한 것 아니냐, 환자들은 봐도 모르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셔서 회의장 사람들이 조용히 뒤집어 진 사건이 있었다.  법조계나 시민단체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매우 정중하게, 하지만 강하게 환자들에게 기회만 준다면 환자들도 충분히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므로 환자들에게 공정하고 진실된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한다고 했다.  리 선생님은 더 이상 내 우상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patient literacy가 높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의사들 뿐만 아니라 전 의료 인력이 노력해야 하며, 갈 길은 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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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1 09:26 2011/03/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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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BA 하면서 친해진 Bob이란 친구가 있다.  의대실습 조처럼 1학년 과정의 거의 모든 프로젝트를 함께해야 하는 team 통해 만난 친구였다.   회의 주일에 적어도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야 하므로 일정을 정해야 했다.  모두 학업으로 바쁘고 나처럼 일을 하는 경우에는 평일 오후도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수업이 없는 금요일 오후에 회의를 하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을 했었다.  워낙 성격이 느긋한 친구여서 과한 반응은 아니었지만, 금요일 오후에는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우리가 금요일 오후에 모일 있냐고 했다.  욱하고 짜증 내가, 평생 토요일도 일했는데 금요일 오후에는 도대체 쉬느냐고 했다.  결국 금요일까지 학교를 나오기 보단 주중 다른 날로 무리해서 회의를 잡긴 했지만 1 내내 종종 금요일날 학교에서 회의를 해야 하긴 했다.

 

지금은 금요일 오후 1청바지 입고 다리 꼬고 앉아서 신문을 읽고 있다.  물론 신문 읽는 것도 일의 일부긴 하지만.  보스는 집에 갔고 주변 사람들도 느긋하다갑자기 Bob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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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5 03:10 2011/03/0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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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얼굴에 주름 자글자글 생기고 늙어 보이는 건 싫은데 서양사람 동양사람 막론하고 만나면 도대체 몇 살이냐고 질문 받고 마냥 어리게 보이는 것도 싫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동만 윈윈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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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5 01:50 2011/03/0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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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soo 2011/03/08 21:44 # M/D Reply Permalink

    그 말은...음...신동께선 실제보다 들어보이시면서 실제보다 덜 들어보이는 마눌과 사신다는..??

    1. Jekkie 2011/03/09 09:38 # M/D Permalink

      신동만 막상 나한테는 도움 안되는 주름 없고 어리게 보이는 것의 덕을 본다는 거지... 신동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지금 더 어리게 보임...

  2. 현우엄마 2011/03/09 18:31 # M/D Reply Permalink

    과연? 그럼 도대체 신동은 그 시절엔 얼마나 더 늙어보였다는 거얌..

    1. Jekkie 2011/03/09 23:37 # M/D Permalink

      지금은 한 30대 초반으로 보이고, 그 때는 한 30대 초반으로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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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영리 기관 연봉

현재 fellowship을 하고 있는 회사의 연봉 기준을 알게 돼서 share 한다.  일반적으로 비영리 기관에서는 associate, manager, director, executive director의 순으로 hierarchy가 정리된다. 

Associate 레벨로 들어 올 경우 연봉은 보통 $40,000-45,000이다.  세금 후 월급은 약 $3000이다.  Associate level은 보통 학부만 졸업한 후 가장 낮은 직급으로 입사하는 것이다.  의료보험 포함이며 4주 휴가, 병가, 핸드폰 및 대중교통료를 지원해 준다.  $3000이 많은 것 같이 생각될 수도 있지만, 보스턴과 같이 도시에서는 혼자 살 경우 $1000 이하로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큰 돈이 아니다.

Manager 레벨의 경우 석사학위가 있거나 로스쿨 등의 추가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연봉은 학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0,000-70,000이다. 

Director 레벨의 경우 manager와 마찬가지로 석사 이상의 학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봉은 $70,000-80,000이다. 

마지막으로 Executive Director 레벨은 누구냐에 따라 처음에 계약을 하면서 연봉이 다르므로 일반적인 연봉은 없다. 

자꾸만 보스가 로펌으로 진짜 돌아갈 거냐고, 영주권까지 줄 수 있다고 살짝 살짝 건드린다.  문제는 연봉을 2/3이나 깎아 먹으면서 transaction을 포기하고 남아야 겠단 생각을 하긴 힘들다.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기 싫다.  로펌에서 비자 준비를 하자고 하니 이제 돌아갈 채비를 할 땐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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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12:25 2011/03/0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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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정책 유행어

정책은 시기에 따라 유행어 (buzz word)들이 있다.  21세기 초 유행어들.

Payment Reform
Accountable Care Organizations
Global Payment
Episode-based Payment (Bundled Payments)
Medical Homes
Health Care Value
Medical Loss Ratio
Rate Setting
Patient Literacy
Patient Engagement/Empowerment
Gift Ban & Disclosure
Data Mining Ban
Biologics
Wellness Programs
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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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11:59 2011/03/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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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를 포함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교육을 바꿔야 한다.  모든 의사가 정책을 할 필요는 없지만, 어떤 연예인이 어떤 드라마에 나오는지는 알면서 자신의 세계를 control하는 정책의 기본을 모르는 것은 안타깝다.  물론 의사들의 잘못이 아니다.  의과대학 교육의 부족한 점이다.  If you want to change medicine, change the medical education. 

http://healthpolicyandreform.nejm.org/?p=13828

http://healthpolicyandreform.nejm.org/?p=1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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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11:53 2011/03/0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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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thnographic design 2012/03/22 14:07 # M/D Reply Permalink

    Tuition increase is something which is making students wonder if they will be able to continue their education or not. Thus, they seek financial aid. This thing should be resolved.

    1. Jekkie 2012/03/23 02:38 # M/D Permalink

      안녕하세요, 의견 감사합니다.

      이 포스팅은 의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의학교육의 변화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고 그와 관련된 NEJM 논문 링크입니다. 논문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의학교육 비용이 높다는 말씀이시라면, that's not what I hoped to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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